2016년 3월
대학 동기 녀석이 헤어졌다. 결혼식까지 잡아 놓고 헤어졌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항상 나쁜 남자들만 만나서 이번엔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나 했더니 또 비슷하게 거칠고 나쁜 남자였던 모양이다. 하여간 결혼은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남자가 최고의 남편감인 것 같다.
보통 여자들은 좀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약간의 거침과 남자다움으로 포장된 과격함, 약간의 폭력성, 추진력, 리더십 등등의 그런 느낌 말이다. 아무래도 인생이란 여행엔 정답이 없다 보니, 정답인 듯 자신 있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끌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연애를 할 때, 종종 친구나 후배들에게 말해 주는 게 있다. 그 사람의 사소한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 행동, 사람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는 것이다. 작업 한다고 아무리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도 수십 년간 고착화된 습관과 사람 대하는 태도가 바뀌긴 힘들기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이나 슈퍼 아주머니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아도 이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고, 이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 수준만 봐도 어느 정도 생각의 깊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려운 단어를 쓴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은 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이해하기 쉬운 촌철살인의 단어를 사용하는가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고, 행동은 그 사람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결혼은 좋은 사람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동기들과 두런두런 나누었다. 그리곤 나를 존중하고 존경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잘 해주는 것"과 "존중"해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유부님들의 명언이 이어졌다. 그렇다. 역시 유부님들이다. 경험자는 무시 못한다. 잘 해주는 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해줄 수 있는 꾐이다. 하지만 존중은 그 사람 자체로 위해주는 거다. 결혼은 잘 해주는 사람이 아닌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다.
그리곤 우리 아버님 세대들의 이야기로 전환됐다. 또 다른 동기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네트워크가 상당히 넓고, 모임에서 항상 중책을 맡으시고 진행을 하셨다고 한다. 한 번은 어떤 이벤트 행사에서 사회를 보시며 진두지휘 하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셨다고 한다. 그런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어머님과 자신은 "아버지가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카리스마 있는 아버지의 모습도 멋있었지만 더욱 멋있어 보이는 남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아내의 귀에 소곤소곤하는 자상자상한 남편들 말이다. 남들이 보면 정말 멋있는 아버지였지만 어머니 옆에는 없을 수밖에 없었다.
연애랑 결혼의 차이가 그런 거 같다. 사실 멋있는 사람은 결혼생활에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가정생활과 친구와 만남에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은 결혼 후에도 외부 활동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애할 사람과 결혼할 사람은 다르다고 하는 이유도 있나 보다.
결혼할 사람은 평생 나와 함께 좋은 일, 슬픈 일을 함께 해야기에 보기에 멋있는 사람보다는 실제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객관적으로 멋있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자상자상하게 손 잡아주고 항상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그런 남편이 되고 싶다. 멋있는 남편보다 조금 더 멋있는 그런 남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