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종종
티비를 켰다. 스타들의 이별 소식이 들려온다. 공개 연애 뒤에 이별한 사람도 있고, 결혼 후에 이혼한 사람도 있다. 뭐 연예인들 뿐이랴. 주변에 헤어지거나 이혼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이별의 이유는 보통 '성격 차이'다.
사실 뭐 이별이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으니 시시콜콜하게 모든 걸 다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서 가장 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성격 차이인 것 같다. 뭐, 까놓고 말해서 성격 차이가 아닌 이별을 말해보라고 하면 몇 명이나 다른 이유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한다.
근데 과연 그렇게 성격 차이로 헤어지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성격은 사랑한다면 배려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방의 고유한 성향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성격 차이로 헤어진다는 건 결국 서로 이해를 못해주고, 서로 배려를 못해줘서 헤어지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 성격 차이로 헤어진다는 사람들의 진짜 이유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신념 차이'일 것 같다는 거다. 다른 말로는 '가치관 차이'라고 하겠다.
말 그대로 성격은 그 사람 고유의 습관이며 취향이고, 기호이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현실적인 사람과 직관적인 사람, 감성적인 사람과 합리적인 사람, 체계적인 사람과 즉흥적인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외향적인데 이 사람은 내향적이라서 헤어지는 거야. 난 감성적인데 이 사람은 합리적이라 헤어지는 거야라고 하기엔 좀 찝찝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저런 성향 조차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거야?", "그 정도도 맞춰줄 수 없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별의 진짜 이유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진짜 이유는 '신념 차이'다. 쉬운 예로 종교 차이를 들 수 있겠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신자가 불교 신자와 만난다면 신념 차이로 인해 헤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건 맞춰주고 이해해 주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나는 50평대 집에서 사는 삶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과 '나는 작은 집이더라도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게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만난다면 잦은 다툼을 벌일 수 있겠다. 한 사람은 큰 집을 사기 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일할 거고, 한 사람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 있을 거기 때문이다. 성격 차이는 사랑의 힘으로 이해해주고 맞춰줄 수 있지만, 신념 차이는 맞춰주기가 참 힘들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한 삶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십 년 동안 단단해져 있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성격이 같다고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다르다고 잘 지내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보완하고 배려해주면서 더욱 잘 지낼 수도 있고,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해주고 더욱 잘 지낼 수도 있다. 그래서 진짜 성격 차이 때문에 헤어지는 거라면 정말 못난 거다. (둘이 서로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전제 하에)
외롭고 심심할 때 필요한 재밌는 연애가 아니라 진지한 사랑, 운명의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결국 신념,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어떻게 만나냐고? 정답은 없지만 그 사람이 하는 말, 생각하는 방향, 사람을 대하는 행동거지들을 보면 이 사람이 이런 식의 삶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라는 게 보인다. 어떤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녀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