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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Apr 16. 2016

#정말 잘 맞는 사람일까?

기억 안남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혼 10년 차인데 남편이랑 정말 잘 맞아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고,
모든 게 척척 맞아요.
천생연분이죠.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말했다.

남편이 정말 노력하고 있나 보네요.
당신은 모든 게 잘 맞는다고 하는 걸 보니..

 흥미로운 관점이다. 생각해보면 수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문제없이 잘 맞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인 거 같긴 하다. 라면 끓일 때 수프를 먼저 넣느냐, 면을 먼저 넣느냐로 싸우기도 하고..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안쪽에서 롤링되게 할 것이냐 바깥쪽에서 롤링되게 할 것이냐로도 싸우는 데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연애할 때 혹은 결혼 생활에서 너무나 편하다면 상대방이 정말 잘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닐까도 싶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기에 분명 상대방에게 맞춰주기 위해선 일정 부분의 헌신(?)이 필요하겠다.  


 가끔 착각할 때가 많이 있을 거다. 아무런 문제없이 연애를 하다 보니 천생연분, 소울 메이트, 인연이라는 말을 딱 붙여 버리는 거다. 물론 어느 정도 많이 비슷한 사람과 이해해주는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분명 둘 중 한 사람은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존중해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 관계에 있어 내가 편하면 상대방은 상대적으로 덜 편하기 마련이다. 편함 질량 보존의 법칙이랄까? 팔베개를 해줘 편하다면 상대방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말은 좋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고마운 것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그녀가 생각이 난다. 여러모로 잘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그녀도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참거나 이해해주는 면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니 미안한 감정도 들고 고마운 감정도 든다. 흐엉흐엉


천생연분을 만났다며 행복해하는 애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내 자신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게 맞춰주려고 생색내지 않고 노력하는 애인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반성이 되는 하루다.


  정말 잘 맞는 사람이다라는 소극적 생각보다는 내게 맞춰주려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다라는 적극적 생각이 상대방의 감사함을 인식하는 첫 단계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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