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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Apr 17. 2016

#하루를 살아도 설렘으로

2016년 4월

 수상한 흥신소라는 대학로 연극이 있다. 그중에 2탄이 제일 재밌지만 3탄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극 중 작가 역할의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면서 쓴 소설 제목이 그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설렘으로

 매일 만나도 설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은 익숙해짐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에게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의리로 산다고 할까? 성관계의 흥분지수도 6개월~1년까지를 80점이라고 하면 1년~2년이 90점 그리고 3년째부터 쭈~욱 하락한다고 하니 사람은 익숙해짐의 동물이 맞나 보다. 참고로 1~2년 사이의 흥분지수가 더 높은 이유는 서로가 어떻게 해줄 때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은 처음으로 싸이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역시나 소문대로 비가 퍼붓는 날씨임에도 신나게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을 보여 프로는 프로구나 라는 걸 실감한 날이었다. 싸이는 유독 다사다난한 일을 많이 겪은 스타다. 한번 다녀오기도 힘든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오질 않나.. 사건으로 인해 자숙기간이 꽤 길었기도 했고 말이다.


 싸이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공연을 미친 듯이 하다 보면 함께 섭외받은 가수분들이 왜 이렇게 공연을 오래하냐며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미친 듯이 공연하는 이유가 있다. 자숙기간을 오래 갖게 된 그 바로 전날에 공연이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 공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상상치도 못하게 오랜 기간 자숙을 하게 됐고, 마지막이 된 무대를 왜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무대에 서게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무대가 예전처럼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 이 무대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됐다"


사람은 경험적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경험이나 감정에 잘 공감하지 못한다. 싸이는 마지막 무대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항상 마지막이 될 공연의 각오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스케일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나 예상치 못하게 마지막이 될 경험을 하곤 한다. 얼마 전에 죽은 제일 친한 친구도 갑작스럽게 암으로 떠났다. 그 친구와 만날 날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만나자고 할 때 시간을 짜서라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가장 젊은 순간이다. 계속해서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에 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글을 쓰는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싸이의 멘트를 들으며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겠구나. 최선을 다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구나.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겠구나.


 물론 연애를 하다 보면 다툴 일도 생길 거고 삐치는 일도 생길 거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싸이의 멘트가 떠오를 거 같다. 그 시간이 그녀와의 마지막이라면 지금 내가 그녀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게 후회하지 않을 최선일까라는 생각으로 자존심을 버리겠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하루를 살아도 설렘을 가졌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글도 강선생의 마지막 글인 것처럼 생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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