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친한 친구가 헤어졌다. 헤어짐은 가슴 아픈 일이다. 내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공허한 느낌을 알 것이다. 대학 동기 녀석들이 이런저런 위안을 해주던 중에 어떤 녀석이 맞지 않는 사이즈를 입었을 땐 인연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참 와 닿는 표현이다.
나에게 맞는 옷
나에게 맞는 옷이란 뭘까? 내가 좋아하는 옷일 수도 있고, 내 사이즈에 맞는 옷일 수도 있고, 남들이 볼 때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 체감적으로 제일 크게 느끼는 건 사이즈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란 입었을 때 몸이 편하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옷일 것이다.
그럼 반대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뭔가 꽉 끼어서 숨 쉬기가 힘들거나 짧거나 길어서 활동하기에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패션이고, 좋아하는 옷이고 뭐고,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나에게 맞는 옷인가 아닐까 싶다. 일단 사이즈가 맞아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사람
그런 점에서 옷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맞는 사람이란 만났을 때 편하고, 불편함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새 옷을 입었을 때, 까슬까슬한 느낌이 있을 수 있고 신발이나 구두의 경우엔 굳은살이 박힐 수도 있긴 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내 사이즈에 맞는 사람일 거다.
누군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지?"라고 묻는다면 정말 편한 새 옷을 입었을 때와 정말 예쁘지만 사이즈가 안 맞는 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을 상상해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우리 몸 사이즈에 딱 맞는 옷을 입을 때 그 느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안 맞는 사람
안 맞는 옷에는 뭐가 있나 보면 내 몸에 비해 큰 옷과 내 몸에 비해 작은 옷이 있겠다. 큰 옷을 입든 작은 옷을 입든 안 맞는 건 매한가지다. 큰 옷을 입었을 땐 펄럭거리거나 질질 끌림이 거추장스럽고 귀찮다. 작은 옷을 입었을 땐 옷에 나를 맞추기 위해 숨을 참으며 내 몸을 가려야 한다. 특히나 괴로운 연애는 나보다 작은 옷을 입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옷에 나를 맞추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작은 옷에 내 몸을 구겨 넣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딱 맞는 새 옷을 입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이것도 결국 새 옷을 여러 번 입어보고 내 몸에 뭐가 제일 잘 맞는지 아는 사람한테만 적용되는 이야기다. 여러 번 옷을 입어보지 않은 사람이 자기에게 어떤 옷이 딱 맞는지 한 번에 척 알기란 어려울 거다. 옷도 입어 본 사람이 잘 입는다.
2전공으로 패션을 전공한 나에게 잘 맞는 옷이란 주제는 의미가 있다. 한창 대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옷 스타일은 스키니진 혹은 배기팬츠, 화려한 호피무늬에 루즈핏 티셔츠나 니트를 좋아했다. 박스티나 사각형 티셔츠 등도 종종 즐겨 입었다. 그땐 그런 취향의 옷이 너무나 예뻐 보였고 좋았다. 근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그런 옷이 내 체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키는 크지만 말랐고, 목이 긴 체형에 루즈핏 티셔츠와 스키니진, 배기팬츠는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빈티 났다.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옷을 커버하지 못했던 거다. 내가 옷을 잘못 샀다.
지금은 긴 목을 커버하는 셔츠나 남방을 주로 입고, 스키니 진보다는 스트레이트 핏의 바지를 주로 입는다. 그런 스타일이 내 얼굴과 체형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즈도 딱 내 몸에 맞는 사이즈로만 산다. 예전에는 상의는 루즈핏으로 크게, 하의는 스키니 핏으로 작게 사곤 했었다.
결론은...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내 체형과 사이즈를 잘 알고 딱 맞는 옷을 입는 듯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괜히 패셔너블한 옷에 이끌려 맞지도 않는 옷을 샀다간 돈 버리고 기분만 잡칠 뿐이다.
옷은 많다. 내 사이즈에 맞지 않는 옷을 사서 아깝지만 버리게 됐다면, 이제 다 잊고 내게 딱 맞는 옷을 사러 나갈 시간이다.
강선생 하우스 놀러가기 : http://kangsunse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