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만 가면 하루 멀다 하고 부적을 주는데, 차에 두는 것,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 집에 붙여 두는 것 등 그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멀쩡한 내 이름 놔두고 자꾸 ‘문석아!’ 부르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다. 언젠가는 나 몰래 차 조수석에 사찰에서 받아온 미니 달력을 드라이버로 돌려 박아둔 걸 보고서는 망연자실한 적도 있다.
요즘 갈 때마다 괴로운 건 ‘그놈의 삼재’다.
‘너는 삼재니까 뭐든지 조심해야 된다’는 시작으로 차 조심, 사람 조심, 술 조심, 건강 조심, 뭐든지 다 조심조심 노래를 불러서 그 삼재 대체 언제 끝나냐 물으니,
“삼재는 끝났는데 그다음 연도까지 지나야 진짜 삼재가 끝나는 거야. 그래서 사재다 이러는 거야~”
아. 이번에도 서울집에 들르니 역시나 또 삼재 타령이다. 이번엔 방 안으로 혼자 잠깐 와봐봐 부르길래 무슨 소리하나 싶어 들어가니, 한 가지 사항을 명심하란다.
“시비가 나면 절대 싸우지 마라.” “아 내가 왜 싸워요! 나도 내일모레 사십이오! 참..” “그냥 보시한다 생각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참아.” “아이고 예 알았습니다.”
[그냥], 2013.3.8. / 백약
툴툴대긴 했지만 이번엔 뭔가 남는 게 있었다. 대전 내려오는 길에 엄마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이를 먹어서인가, 애 키우는 입장이 되어서 그런가, 여튼간에 그랬다. 나는 두 글자로 되새겼다.
자중.
저번 주에 교통사고가 났다. 장인어른의 병문안 길이었다. 광주 IC 고속도로에서 앞서 가던 차가 급정거를 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결국 들이받고 말았다. 앞차의 주장으로는 그 앞에서 급정거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사고 직후에 찍은 동영상으로 봐서는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 의심스러운 부분은 사고가 났는데도 단 한 번도 나와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제1 증거는 앞차의 블랙박스에 있었다. 졸음운전이냐, 교통체증에 의한 급정거였냐 이걸 봐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기계가 작동을 안 했다. 보험사 직원은 나에게 경찰서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냐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비가 나면 절대 싸우지 마라]
내 과실 처리로 빠르게 마무리 짓자, 앞차는 기다렸다는 듯 유유자적하게 자기 갈길을 갔다. 우리 차는 본네트부터 범퍼까지 작살이 났다. 견인차로 공업사까지 갔다. 장모님이 차로 배웅 나와수습을 도와주셨다.
“세 사람 크게 안 다친 것만 해도 너무 다행이네”
장모님 말씀에 ‘그래 그거면 된 거지’ 싶었다. 차야 고치면 되고, 여의치 않으면 바꾸면 되는 거다. 이 정도면 액땜이다. ‘부모 말씀 찬양 주의자’ 옛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니들이 지금은 부모가 뭐래도 귓등으로 안 듣겠지만, 나중에 분명히 들릴 때가 있어. 부모 말씀 듣고 안 듣고는 본인 자유야. 근데 부모 말씀 들으면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어. 밑져도 본전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