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는 게 중요해

완벽하지 않더라도

by 반짝이는먼지

양다리를 어깨 넓이 두 배로 벌려주세요. 오른발을 먼저 열어주고, 왼손은 허리 뒤를 받쳐줍니다. 오른팔을 뻗어 마시고 내시는 숨에 오른쪽으로 천천히 기울여서 발목을 잡거나 여유가 되면 손바닥을 짚고 밀어내며 가슴 열어 시선을 하늘로..., 시선을 하늘로.. 우티타 트리코나 아사나, 삼각자세...

유튜브 요가를 따라 하며 시선도 함께 따라 올리려다 멈췄습니다. 멈춘 시선의 끝엔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전구색 조명을 받고 있는 찬이가 앉아 있어요. 끙차 몇 번을 하는 동안 나의 시선은 다시 올라가질 못합니다. 하늘로.. 하늘로.. 가려다가 여적 올라가질 못해요.



마지막 끙차였는지 화장지를 돌돌돌돌 풀어 돌돌돌돌 공처럼 뭉치는 찬이가 보입니다. 찬이만의 똥 닦기 공을 만드는 중이에요. 저 공으로 과연 과업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당최 시선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아사나 그대로 멈춰 그대로 바라봅니다.


화장지 접기 연습을 여태 해오다가, 너와 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화장지 공을 만들어 세 번 닦기로 전환을 한 터였어요. 두 번은 모자라고, 네 번은 낭비가 되니 세 번으로 합의를 본 거였죠. 약속한 대로 찬이는 화장지 공을 세 번 만듭니다. 돌돌돌돌 한 번 닦고, 돌돌돌돌 두 번 닦고, 돌돌돌돌 세 번 닦은 다음 물을 내리고 손 씻기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과하게 숙였던 몸을 올립니다. 끙차..




요가를 하다 보면, 완벽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런 점이 요가를 좋아하게 만들지요. 잘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하루를 쉰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듯한 몸의 상태를 느껴야 하는 거에요. 잘하지 못하더라도 쉬지 않고 하는 날이면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생각 이상으로 유연해진 몸이 느껴지곤 하니까요.



찬이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믿어야 합니다. 믿어야 하는 게 맞아요. 잘 닦을 거라고 믿어줘야 합니다. 설령 팬티에 똥이 묻기로서니 죽지 않을 바에 무시해 주는 것이 찬이의 스킬 향상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 하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엔 더 나아질 것이기에 믿어줘야 합니다. 이 진리를 깨닫고 행하기까지 오래 걸렸네요.


똥 묻은 팬티를 숱하게 빠는 시간을 넘기고 나서야 멀쩡한 팬티가 탄생을 했습니다. 그전에! 무심코 떨어진 똥을 모르고 밟은 발자국을 숱하게 닦아 본 뒤에라야 똥 묻은 팬티 정도가 나오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난 더 우아하게 (스스로를 우아할 것이라 상상하며) 요가를 합니다. 화장지를 왜 접지를 못하니, 타박할 시간을 아껴 요가를 해요. 똥 발자국을 숱하게 닦을 힘을 얻으려고, 똥 묻은 팬티를 수십 장이라도 비벼 빨 힘을 얻으려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오늘도 아사나를 유지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닦을 힘과 비빌 힘과 흔들리지 않을 믿음까지 얻곤 하니까요.



화장지 한 칸 뜯는 일에도 넌 괴로워했으니, 더 이상 좌절하지 않도록 믿어줄게. 엄마가 갖춰야 할 최고의 스킬은 믿어주는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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