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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라 Feb 05. 2022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에 대하여

눈으로 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눈으로 즐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보기에 예쁜 것들, 눈에 담고 싶은 것들, 보기만 해도 좋아 보이는 것들을 열렬히 취하며 살았습니다. 눈으로만 쫓는 삶이 얼마나 편협했는지를 모르고 넘쳐 나는 보기 좋은 것들에 휘둘살았습니다.  보기 싫은 것도 봐야 하는지, 무얼 얻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던 그날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어른이 됐습니다.      



나에게로 오는 좋은 마음은 눈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야 보입니다. 닫아버린 마음을 열어주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몰랐어요.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마음을 먼저 보고 나야 조금이라도   있을  같은데, 어떤 모양으로 모가 났는지  수가 없더라고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조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잘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뾰족해지길 라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상에 널렸다는  알게 됐죠. 널리고 널린 이야기를 읽다가 알게 됐어요. 눈으로만 본다고 보이는  아니라 마음까지 열어야   있다는 걸요. 어떻게든 읽어내려는 마음이 있으면 숨은 의미까지   있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준  시골의 삶도, 자연도 아닌 사람이었어요. 남편도 친구도 아닌 의외의 사람, 어머님이셨죠. 하얀 트럭을 몰고 언덕 위 커브  반짝 빛을 내며 달려오는 어머님의 소박한 매력이    없는 삶에도 웃을 일은 많다 말해주셨어요. 사는    아니라고, 냇가에 흐드러진 냉이 캐다 먹는 삶이 우리 삶이라 일러주셨어요. 덕분에 보이는 것만 좇던 삶이 달라졌습니다. 찬이만  키우는  나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달라졌어요.



봄이 오기전 늦겨울의 어느 날이었던가 봐요. 배추  덩이 숭덩 썰어 보글보글 끓인 어머님의 된장국 덕에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맛을 전하고 싶어요.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일은 대단한 훈계도, 찬란한 언변도, 멋들어진 외모도 아닌 소박하고 단정한 배추 된장국 같은 거라는 걸요. 아침   아이에게 따뜻한 쌀밥과 배추 된장국 하나 차려주니 활짝 웃습니다. 대단하지 않아도 무얼 이루지 않아도 곁에서 일러주는 사람은  었어요.



대단하게 쓰고 싶던 마음이 배추 된장국만큼만 쓰자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육수 내고 배추 썰어 된장 풀고 활활활!  거기까지! 단순하고 소박하게 팔팔 끓여 욕심부리지 말고  거기까지만 하고 내어놓 누구라도  모금 개운한 얼굴로 웃어줄 거라 기대합니다.


높이 볼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를 보듬고 다듬어 주는 일로부터 마음이 열리고 사는 맛을 누릴 수 있는 거였습니다.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닫혀버린 마음을 스르르   있도록 어머님의 된장국 맛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사발 후루룩 개운하게 마시고, 훌훌 털어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일을 당신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빚을 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세상이 싫어할까 두려워 닫아버린 당신에게 두려워 말고 마음을 열어 보자고 함께 재밌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어머님의 배추는 샛노란 것이 달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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