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 수 있는 최선

순서가 괜히 필요한 게 아닌 것을

by 반짝이는먼지



걸음마 떼기가 유난히 늦은 찬이는 무릎으로 걷다가 바로 섰어요. 기는 시기가 전무했지요. 한 단계라도 빨리 뛰어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늦은 만큼 한 단계라도 건너뛸 수만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 않은가!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초보 엄마는 그저, 자꾸만 건너뛰어서라도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가 주기만을 바랬어요. 그러면 남들처럼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을 했어요.





어쩌다 넌 날 만나 이렇게 고...생.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긴다는 것은 평생의 직립보행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몸의 체간 발달, 중추신경계 자극 및 발달, 상지근육의 발달에 중요한 근간이 되는 단계였어요. 후에 연필로 글씨 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고서야 깨달았죠.


미리 알았더라면 다시 기게 할 수 있었을까요. 조금 늦더라도 모든 단계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모든 일의 순서는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 늦된 아이를 기다리는 일에 한결 도움이 됐으니까요.



돌아보니 호시절이었다 싶기도 하고.



기는 시기를 건너 뛰어버린 찬이가 아쉬워 다시 기어보자고 하니, 걸을 줄 알게 된 인간은 다시 길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도, 기면서 배웠어야 할 사지의 교차 패턴 - 팔과 다리를 엇갈리면서 움직이는 것 - 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걸어야 했습니다.



그때 내가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은, 걷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날 위로하는 글임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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