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빠지다 #7
인간의 행위를 이끄는 가장 큰 기제(mechanism)는 욕망이리라, 아마도. 식욕, 성욕, 수면욕, 권력욕, 자아실현욕…… 욕망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어디 인간뿐이겠는가. 모든 생물이 욕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동식물의 세계에 비해 인간 세계의 그것이 조금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기제는 무엇일까. 본능의 작용이 가장 클 것이고, 그 다음은 유혹이 아닐까 싶다. 유혹은 본능의 충족을 위해 진화되어 왔다. 꽃이 화려한 빛깔로 치장하고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벌이나 나비를 꾀어 수분을 하기 위한 것이다. 새나 벌레의 수컷들이 소리를 내지르는 것은 암컷을 꾀어 자신의 유전자를 영속시키려는 것이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털 없는 원숭이』에서 갈파했듯이, 인간의 서비스 산업은 거의 대부분 이러한 유혹의 기제를 위해 존재한다. 옷, 신발, 화장품, 미용, 향수 등등. 육체의 치장뿐만 아니라 정신의 치장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신사적인 매너, 여성적인 태도 등등. 좀 더 확장해서 보면 높은 지위나 화려한 명성을 얻으려 하는 인간의 모든 행동 양식이 인정을 받고 인기를 끌고 싶은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욕망은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삶이나 지금과는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늘 멋진 삶을 살고 싶지만, 당연히 쉽지 않다. 그리하여 ‘멋진 곳’을 찾는다. 잠시일지라도 멋진 삶을 느끼려 떠난다. 멋진 곳은 언제든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흡족하게 즐기려면 돈이 많이 들어 문제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웬만해선 그러한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
욕망 자체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고 불가피한 것이지만, 지나치면 항상 문제가 된다. 욕심이 클수록 위험한 유혹에 빠질 확률도 높다. 속칭 ‘제비’나 ‘꽃뱀’에게 잘못 걸려들면 짧은 달콤함 뒤에 긴 쓰라림을 맛보며 살아가야 한다. 욕망의 절제가 옳은 줄 알면서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도록 지녀온 습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욕심이 앞서게 되면 하찮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간다. 그래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이곳저곳 정신없이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사람은 대부분 군중심리에 따라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급적이면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러다 보니 그런 곳에는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인터넷에서 멋진 사진을 보았다. 금대암에서 바라본 다랭이논. 나도 찍고 싶다는 욕망이 일렁였다. 2시간 넘게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 금대암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였다. 거의 절벽 수준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반대편에서 차가 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힘들더라도 걸어 올라가는 게 바람직했다. 하지만 꽤나 먼 거리인지라 차로 올라갔다. 다행히 마주치는 차는 없었다. 금대암에서 다랭이논을 바라보았다. 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찍으려면 논이 모두 노랗게 물든 시기에 찾아와야 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가까운 곳에 살면 자주 와보겠지만…….
올라올 때는 어차피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내려갈 때는 아주 천천히 집중해서 운전해야 했다. 처음엔 조심조심 운전했는데, 중간쯤 가자 방심을 했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대로 가면 바로 낭떠러지였다. 핸들을 꺾을 수도 없었다. 후진한 다음 다시 앞으로 가야 했다. 후진 기어로 바꾼 다음 순간적으로 빠르게 발을 옮겨 가속기를 밟아야 했다. 발이 덜덜덜 떨려왔다. 휴, 다행히 성공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제대로 인식하거나 살피지 않고 욕망에 눈이 먼 채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이와 비슷한 아찔함을 겪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다. 지금은 무턱대고 유혹에 빠져들지 않으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