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길, 삶의 길

사진에 빠지다 #8

by 이룸

현실이 만족스럽다면 그 사람에게 예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면 된다. 예술은 불만족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대개 관성적으로 살아간다. 세상의 모든 물리 현상이 그렇고, 우리도 그 세상에 속해 있으므로.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안정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는 다르게 보려고 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움직이려 하고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실수할까봐, 상처 받을까봐.


그러나 언제까지나 고치처럼 껍데기에 둘러싸여 살아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침투할 때가 있다. 차라리 실수를 하고 상처를 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깨뜨리고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진다. 거기서부터 예술은 시작된다. 각도를 달리 하여 관찰하고, 한 번 더 생각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좀 더 만족스러울지를 탐구한다. 예술은 곧 삶의 길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예술의.jpg 2010년 8월 전주 우진문화공간 거문고 연주


똑같은 대상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실제보다 더 커 보이고 대단해 보인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실제보다 더 작아 보이고 하찮게 느껴진다.


위로 향하는 마음은 강렬한 의지와 욕심을 동반한다. 그리하여 뜻하는 대로 되면 성취감과 희열을 맛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과 시기심이 뒤따른다. 아래로 향하는 마음은 연민과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욕심이 가득 찬 상태에서 내려다보면 멸시와 경멸의 감정이 일렁인다. 극심한 경쟁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대개 위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그것이 꼭 나쁜 성질의 것만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은 누구든 꿈꾸는 것이고 부러워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씩 내려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어도 욕심만 가득하다면 마음은 평화롭지가 않다. 나를 낮추고 연민과 애정으로 상대방을, 세상을 바라볼 때 마음은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예술의 길 삶의 길.jpg 2013년 2월 전주 건지산 플라타너스


그런가 하면 똑같은 대상에 대한 느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처음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보면 볼수록 식상해지는 대상이 있다. 화려한 겉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내용물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에 대개 그렇다. 처음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빠져들게 하는 대상도 있다. 우려내고 우려내도 그윽한 향을 잃지 않는 차와 같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책과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리라.


예술의 길.jpg 2008년 12월 전주 경기전 비둘기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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