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실제

사진에 빠지다 #3

by 이룸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것만을 마음속에 저장해 두려고 한다. 관심 없는 것에는 눈길이 그저 의미 없이 스쳐지나갈 때가 많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건을 보거나 겪어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게 다른 이유이다.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기억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삶이나 생각과의 연결고리가 있을 때 더 잘 기억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도 각기 다르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면을,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면을 위주로 기억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대부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성격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타인이 나에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어 솔직하게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며 만족해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사진은 인식하고 싶지 않거나 감추고 싶은 것까지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그래서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담기기 위한 포즈를 취하거나, 선글라스나 모자를 씀으로써 더 낫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땐 포토샵이라는 도구를 동원한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너무 과도하게 보정하면 누가 누군지조차 알아볼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이미지와실제1000.jpg 2012년 10월 전주세계소리축제 해금 연주


인물사진에서뿐만 아니라 풍경사진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담으려 하면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꽤 있다. 멋진 숲을 발견했는데, 그 사이로 전깃줄이 걸쳐 있다. 야생화를 만났는데, 낙엽이 어수선하게 섞여 있다. 전깃줄을 어찌하겠는가. 그냥 그 상태로 사진을 찍은 다음 포토샵을 이용하거나, 그렇게 찍을 경우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을 접을 수밖에. 야생화의 경우도 자연 그대로를 담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낙엽이 야생화를 너무 많이 가렸다 싶으면 낙엽을 살짝 들추어내고 담으면 되겠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찍은 다음 원래의 상태로 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낙엽이 야생화에 보온 역할이나 보호 장치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몇 년 전인가 멋진 산 사진을 찍기 위해 수령이 몇 백 년 되는 소나무들을 베어낸 사진작가가 뉴스에 나온 적이 있었다. 새끼 새들의 발바닥에 접착제를 발라 나뭇가지에 붙여놓고 사진을 찍은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담대해야 할 때가 많다. 조마조마하며 살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풍경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담대하기보다 조심스러워야 한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신비한 자연의 세계에 고마움을 느끼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 자연이 없다면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이미지와실제2 1000.jpg 2014년 3월 내변산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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