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사진에 미치게 되었는가

사진에 빠지다 #2

by 이룸

사진 찍기에 재미를 느끼면서, 사진이 무엇이고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알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좀 더 멋진 풍경을 담기 위해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때마다 삼각대를 받치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른 새벽인데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 높인 산인데도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무거운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사람들은왜 1000.jpg 2011년 9월 진안 부귀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사진에 미쳐 있을까?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디지털’의 승리다.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자신이 찍은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대개의 경우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했다. 물론 자신의 집에 암실을 마련하고 현상과 인화를 할 수도 있겠으나, 당연히 쉽지가 않다. 그 과정의 복잡함으로 인해 필름 카메라는 소수 전문가나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용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는 찍고 나서 바로 보고 바로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유희 도구가 되었다. 나 또한 십여 년 전에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지만, 절차상의 번잡함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다.


인터넷과의 관련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제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인터넷이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책이나 라디오, 텔레비전도 독자나 청자, 시청자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거나 번잡한 면이 강하다. 인터넷은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예술 장르는 바로 사진이 아닐까 싶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사진은 손가락만 한 번 까딱하면 되는 것이다. 그림 같은 경우, 초상화를 하나 그려 인터넷에 올리려고 해도 적어도 서너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은왜2 1000.jpg 2012년 10월 정읍 구절초테마파크


사람들은 자기표현에 굶주려 있다. 자기만의 표현을 통해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정한 모습으로 순수하게 만나서 소통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관계에 질릴 대로 질려 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친밀하다가도 이해관계에서 멀어지면 쌀쌀하게 대하는 것을 누구나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 또한 어느덧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오래 전부터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회자되었지만, 현대는 갈수록 ‘고독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우리 사회는 그 상태가 특히나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작은 공간에 많은 개체들이 밀집할수록 심성은 자연스레 사나워진다. 그러므로 사진 찍기는 ‘자기 존재감의 확인’에 다름 아니며, ‘소통에 대한 갈망’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환경’과의 관련성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자연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무의식에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 오랜 세월 살아왔던 녹색의 세계가 입력되어 있다. 그러므로 회색의 콘크리트 속에 묻혀 살수록 녹색에 대한 향수는 짙어진다. 인간의 욕망은 환경문제를 낳았고, 환경문제를 일으킨 인간은 환경문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속성은 쉬이 사라질 리가 없다. 그런 속성이 지속될수록 사진을 통해서나마 자연을 혹은 자연스러움을 호흡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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