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말을 걸어왔다

사진에 빠지다 #1

by 이룸

나는 사진과 친하지 않았다.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자랐고, 사진기라는 것을 구경해 본 적도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 사진을 찍거나 사진에 담겨 본 경험도 없다. 중학교 졸업할 때 졸업 앨범에 담긴 사진이 첫 번째인 듯하다. 초등학교 졸업 앨범은? 없다.


고등학교 때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서 동창생들과 사진을 찍은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고, 나는 당연히 어떻게 조작하는지도 몰랐다. 카메라를 가져온 아이가 알려준 대로 버튼을 눌러본 게 전부였다.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사진기를 가져오면 마지못해 어색하게 포즈를 취했고, 가끔씩 내가 찍어야 할 경우엔 알려준 대로 버튼을 눌렀다. 286이니 386이니 하는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나오기 전이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나에게 사진은 꼭 필요할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자세를 잡는 것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졸업사진, 이력서용 사진, 소풍이나 수학여행 사진…….


20대 후반에 잠시 사진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벽에 붙은 ‘사진 배우실 분 구함’ 이라는 문구를 보고 사진관에 찾아갔고, 몇 만 원짜리 싸구려 사진기를 구입하고 한 달 정도 배웠다.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각건대, 소설이나 영화 같은 데서 본 암실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사진을 찍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며칠 후에 찾으러 가는 절차상의 복잡함 때문인 듯하다, 아마도. 사는 곳에 암실을 마련했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럴 여건은 전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던 내가 30대 후반이 되어 사진에 미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삶이 자꾸만 삐걱거림을 느끼면서였다.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사귀던 여자도 떠났다.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산으로 바다로 바퀴를 굴렸다. 그러면서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 시작했다.


나의사진이야기1000.jpg 2007년 5월 순천 강천산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20대 후반에는 끙끙대며 사진을 배웠었는데, 이제는 끙끙댈 필요가 없었다. 찍고 나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었다.


어느 날 문득 사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일상에서 비켜난 시간이 필요하다고

자신에 갇혀 사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보라고

풀리지 않는 욕망의 공식에 매달려 끙끙대는 삶에서

잠시 비켜설 필요가 있다고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겨 보라고

어떠한 꾸밈도 허용하지 않는 자연을 깊이 호흡해 보라고

그리고 그 속에서 너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라고

진정한 너의 모습은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은 양의 사진을 찍어왔지만, 진정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살아가고 있다.


왜 나는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 걸까? 복잡다단한 인간 세상에서 느끼는 피로감이나 우울감을 떨쳐버리고 싶어서일까?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싶어서일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풍경사진을 찍는 걸까?


나의사진이야기2  1000.jpg 2007년 7월 전주덕진공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