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사진에 빠지다 #9

by 이룸

현실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이미지는 탄생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거나 기억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질구레한 것은 제거하고 특징적인 것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이미지의 본령이리라.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은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미에 대한 감각도 키워나간다. 저 선사시대의 암각화로부터 시작되어 현대의 영상 예술에까지 이르렀다.


이미지는 삶을 위한 도구나 수단인데, 주객이 뒤바뀌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현대사회는 이미지가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얻는다. 미디어는 날 것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미디어의 기본 속성은 기획하고 연출하고 편집하는 데 있다. 그러한 이미지의 세계에 매몰되어 살아가게 되면 현실이 자꾸만 비루하게 느껴진다. 현실은 대부분 드라마틱하지 않고 단조롭게 이어지게 마련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미지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된다. 좀 더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승부해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모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러한 문명의 흐름에서 벗어나 살기 어렵다. 누구나 어렸을 적 부모의 말과 행동을 고스란히 흡수하며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울한 부나 모 밑에서 자라면 아이는 자연스레 우울한 심성을 지니게 된다. 부나 모 없이 자라나면 결핍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듯이 사회나 시대의 분위기나 흐름 또한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미지.jpg 2010년 8월 전주 고사동


우리는 미디어로부터 습득한 삶의 기준에 자신의 삶을 맞추기 위해 분투한다. 세상에 널리 통용되는 정보의 힘은 막강하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고급 아파트에서 살기를 바라며, 폼 나는 자동차를 선택하고, 여름휴가 때면 형편이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가서 합류해야 한다. 또한, 요즘 대세인 영화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으로부터 뒤처지거나 소외받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한다. 이미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과잉된 삶을 살아가거나 과잉된 생각에 사로잡힌 채 결핍감에 시달린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가 옛 그리스 시대의 우화만은 아니다. ‘동굴’이라는 이미지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뒤돌아서야 한다, 즉각적인 이미지의 세계로부터. 조금은 더디더라도, 조금은 힘들더라도 실제적인 삶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질구레한 것에 관심을 쏟고 애정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지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지는 메마른 현실에 잠시의 윤기를 더해주는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이미지는 우리의 현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미지의.jpg 2012년 8월 변산반도 고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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