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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Sep 23. 2021

가을이 내게로 왔다

가을이 뚜벅뚜벅

내게로 다가왔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여름에 더 머물고 싶다고

소리쳐 보았지만

가을은 여지없이

나를 물들였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여름을 마음껏 호흡하지 못했다고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고

아니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몸부림쳐 보았지만

몸부림칠수록 내 몸은

더욱더 빨갛게 물들어갈 뿐이었다


누구에게나 가을이 온다는 것을

새삼스레 나는

빨갛게 물든 얼굴과 몸을 보며

발견하고 있었다


겨울도 멀지 않았어, 하고

가을은 말했다

겨울이 오면 그때에도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몸부림칠 거니?

싸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가을이

빨갛게 물든 내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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