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많은 걸
담아두고 사느냐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놓아버려도 될 것들을
부여잡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덕지덕지 둘러싸고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느냐고
많은 것을 얻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것들이 썩어가는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이루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훌훌 털어버리면 얼마나
홀가분한 세상이 펼쳐지는지 아느냐고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라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벗어던져야 할 기억들을
미련 없이 벗어던져 버리고
알몸이 되어보라고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나무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