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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Dec 14. 2021

허물 벗는 나무

왜 그렇게 많은 걸

담아두고 사느냐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놓아버려도 될 것들을

부여잡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덕지덕지 둘러싸고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느냐고

많은 것을 얻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것들이 썩어가는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이루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훌훌 털어버리면 얼마나

홀가분한 세상이 펼쳐지는지 아느냐고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라고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벗어던져야 할 기억들을

미련 없이 벗어던져 버리고

알몸이 되어보라고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나무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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