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공화국

by 이룸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반면 전쟁은 단 한 명의 나쁜 선택만으로도 벌어질 수 있다.”

-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중에서 -

2024년 12월 3일 밤에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로 현실이 소설과 영화를 압도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긴급담화를 통해 말했다. 비상계엄은 전시나 반란 등으로 국가 안보와 질서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선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계엄사령부는 제1공수특전여단과 제707특수임무단 등을 투입해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진입하여 점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됨에 따라 계엄군은 철수했고,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계엄해제를 선포했다.

그날 이후로 나온 윤석열의 말을 종합해 정리해 보자면 ‘종북 반국가세력’은 야당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이며, 그들 때문에 자신의 뜻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대국민 호소 차원에서 비상계엄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윤석열은 독재를 하기 위해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할 셈이었다. 계엄이 성공했으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거나 죽게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의 행동에 있는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전가다. 그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스스로를 비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까닭에 자연히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에게 손가락을 겨누게 된다.

-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 중에서 -


비상계엄에 실패한 후 윤석열은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경호처를 방패삼아 관저에 칩거하며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에 불응했다. 결국 2025년 1월 15일에 체포되어 서울구치소에 구금되었고, 1월 26일에는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었다.

여당의 다수 의원들, 전광훈을 비롯한 내란 동조 세력들은 계엄이 정당하고 문제는 이재명과 야당에 있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여 폭동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2024년 12월 14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되어 재판 절차가 시작되었다. 이후로 헌법재판소의 회의와 청구인측, 피청구인측의 변론이 이어졌다. 2025년 2월 25일에 최종변론이 있었고, 이제 최종 선고만 남은 시점이다.

윤석열의 가장 큰 특징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라는 별명을 부여받았다. 2022년 9월에 ‘바이든/날리면’ 사건으로 유명해진 그의 버릇은 탄핵심리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전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서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서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해 놓고선, 자신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그 말을 뱉은 뒤 1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3분 30초 동안 ‘인원’이라는 말을 네 번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 과거의 발언을 되짚어 보았더니 ‘인원’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해 왔던 것도 드러났다. 국회에서 계엄해제 의결이 나오자 국방부장관과 계엄사령관을 불러서 즉각 병력을 철수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이 또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특전사령관이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로 철수 건의를 했고, 이에 국방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전화로 건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그의 거짓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디 대통령뿐인가. 국무위원들, 대통령측 변호인단, 곽종근을 제외한 군 장성들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우리가 거짓말 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거짓말은 떳떳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어 그것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게 되었을 때 그 해에서 벗어나고자 나오는 반응이다. 다르게 말하면, 양심을 속이는 짓이다. 거짓말로 지금 당장의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그 허물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양심의 가책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조차 없다면 사람의 형상을 했으나 진정한 사람은 아니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바람직한 삶의 조건은 성찰에 있다.

전체주의가 충동적으로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비해, 민주주의는 사회를 법으로 통제하고 인간 본성을 존중하며, 시민들을 한쪽으로는 폭군 한 사람의 독재, 다른 한쪽으로는 권력에 미친 다수의 독재로부터 지키고자 한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두 가지 전투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개인의 반사회적 충동을 제한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적인 삶의 방식에 적대적인 외부의 힘과 이념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

- 요스트 메이를로, ‘세뇌의 심리학’ 중에서 -

나라가 어수선할 때 횡행하는 것이 사이비(似而非)다. 신에 대한 믿음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황을 이용하는 성직자, 올바른 사실을 알리기보다 특정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여 말을 하는 언론인 등등. 그런 성직자나 언론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그들의 말을 진리나 사실로 받아들이며 따르는 이들이 많아진다.

대통령 윤석열의 말을 들어보면 실패한 결과를 바탕으로 과정을 그에 걸맞게 짜맞추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무슨 내란이냐는 둥 두 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는 둥 군을 투입한 것은 질서 유지 차원이라는 둥……. 힘 있는 위치에 오른 뒤로 남의 잘못은 혹독하게 다루고 자신의 잘못은 대충 얼버무리는 습성이 몸에 밴 듯하다. 내란수괴가 끝까지 싸우겠다며 정당성을 우겨대자 내란 동조자들은 그의 말을 절대시하며, 그렇게 꾸며낸 말조차 본래의 의도였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온갖 협박과 거짓말을 동원하여 선동하기에 기를 쓰고 있다.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해괴망측한 말까지 진지하게 하고 있다. 세뇌되면 세뇌된 것만 옳게 보이는 법이다.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권력과 재력을 소유하게 되면 그들 주위에는 병든 인간들이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병든 마음과 행동을 더 부추겨댄다. 또한 그들에게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병든 마음과 행동에 제동이 걸리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심리적으로 병든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거머쥔 지배집단이 되는 것은 지극히 해롭다. 물론 그것을 막는 방법은 그들 개개인에 대한 심리치료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사심이 없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길 외에는 없다.

- 김태형,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중에서 -


대통령 윤석열은 자신의 맘대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군 수뇌부와 모의한 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야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과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곽종근 사령관 등 양심 있는 군 지도부의 병력 철수 지시로 인해 계엄은 실패했다. 윤석열이 “제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죄에 대한 대가를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기는커녕 선관위의 데이터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 거대 야당의 횡포 등을 거론하며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임금과 신하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없는 옷을 아름다운 옷이라고 말한다. ‘멍청이에게는 안 보이는 옷’이라고 사기꾼 재단사가 말하자 멍청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비상계엄이라는 잘못된 행위를 대통령과 내란 동조 세력들은 정당한 통치 행위라며 선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들에게 ‘재단사’는 누구일까. 8·15해방 이후로 상식과 법을 파괴하고도 떵떵거리며 살았던 친일파, 독재자들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는 그들의 기운이 아닐까. 그 기운이 돈과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상식과 법을 지키며 살아봤자 멍청이 소리를 들으며 힘들게 살아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건 아닐까.

벌거벗은 상태임에도 아름다운 옷을 걸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임금처럼, 윤석열은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잘못된 행위를 저지르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행위였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최고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옷들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벌거벗은 상태가 되어서야 망상에서 서서히 깨어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잘못된 뿌리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 거짓말을 양분으로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잘못된 뿌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말을 양분으로 살아가는 상식과 법을 심고 함께 가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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