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와 거짓말 #2

by 이룸


기열은 명현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챔피언인 자신에게보다 그놈에게 더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지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질투심이 치밀어오르자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다. 그깟놈한테 내가 질투를? 헛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놈보다 내가 못한 게 뭐가 있는데? 흙수저 놈이 감히 금수저와 맞먹으려 하다니……. 뿌드득뿌드득 이를 갈며 기열은 술잔을 비웠다. 여느 때와 다르게 술맛이 썼다. 그놈만 제거하면 적수가 없는데……. 그놈만 제거하면 오래도록 챔피언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데……. 그놈만 제거하면 산호수 팀도 이빨 빠진 호랑이꼴이 될 텐데……. 그놈만 제거하면…….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기열은 평소 잘 따르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양아치들까지 불러 모았다. 야구 방망이에 칼과 도끼까지 손에 쥐고서 산호수 팀의 아지트로 향했다. 활보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았다. “기열이가 미쳤나 보다.”, “선수가 왜 양아치 짓을 한다냐.”, “기열인지 비열인지, 하는 짓이 참…….”


기열 일당이 산호수 팀의 아지트 앞에 도착했다. 산호수 팀 선수들이 통나무로 직접 만든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산호수 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선수들보다 대여섯 배 더 많았다. 산호수 팀 선수들은 농번기 때마다 일을 도와주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터였다.


“죽이려거든 나부터 죽이시오!”, “ 선수라면 정정당당히 싸울 일이지 이게 뭐 하는 짓이다요.”,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부끄럽지도 않소?”, “이런 짓을 하려거든 선수 자격증부터 반납하고 오시오!”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자 기열은 당황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들 같은데……, 저쪽 놈들이 자꾸 이쪽 험담을 하고 다니고 해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황하면 항상 그렇듯이 기열이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했다.


“어디 그뿐인 줄 아십니까? 저번 단체대회에서 실력이 월등한 우리 팀이 저쪽 팀에게 진 이유가 뭔지 모르세요들? 저쪽 놈들이 심판들을 매수해서 그리되었단 말입니다.” 그러면서 칼을 들어 명현을 가리켰다. “그 앞잡이는 바로 저놈, 저놈입니다. 천인공노할 짓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질렀어요.”


“경기를 전부 지켜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래요.”,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호응했다.


“선수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기열이 되받아쳤다. “무조건 주먹이나 발을 많이 휘두른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에요. 포인트! 포인트를 제대로 공략해야지!” 기열이 쯧쯧 혀를 찼다,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우리가 심판을 매수할 정도로 썩어빠진 집단으로 보입니까?”


한가운데 서서 지켜보던 명현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도 남지.” 기열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했다. “변변한 운동기구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근본 없이 운동하는 것들이 실력이 안 되니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머리를 굴렸겠지.”


“실력이 안 되니까 머리를 굴린다…….” 명현이 엷은 미소를 머금고 기열의 말을 반복했다.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을 두고 하는 말 같은데.”


“뭐라고?”


기열이 눈을 부릅떴다. 금방이라도 손에 쥔 칼을 들고 달려들려는 기색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자신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일대일로 겨뤄봅시다.”


명현이 자신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요!”, “그럽시다!” 산호수 팀 선수들과 마을 사람들이 외쳤다. 체육관의 후배들과 양아치들이 기열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기열은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선수라면 격식을 갖춘 경기장에서 시합을 해야지, 어디 이런 근본 없는 곳에서……. 우리가 무슨…….”


양아치야? 라는 말을 이으려다 삼키고 말았다.


“선수라면 격식을 갖춰야 한다……. 그거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 이런 식으로 무기를 들고 와서 설쳐대는 게 격식을 갖춘 건가요?”


명현의 말에 기열의 얼굴이 벌게졌다. (#3에서 이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