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랑 #1

by 이룸


“저기……. 안녕하세요.”


밖으로 향하려던 여자가 멈춰서더니 말을 걸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를 들고 반응을 보였다. 몇 달 동안 서로 얼굴만 알던 사이였다.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


나는 책을 들어 표지를 보였다. 여자가 눈을 조아리며 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시를 음미하는 오후?”


그러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떤 의미의 미소 지음과 고개 흔듦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바쁘시지 않으면 여기 앉으셔서…….”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 손으로 앞자리를 가리켰다.


“그럴……까요?”


여자가 손에 든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항상 궁금했어요. 맨날 무슨 책을 저렇게 읽나……. 시인이세요?”


“아니요.”


나는 미소를 머금은 다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인도 아닌데 시를 왜 읽어요?”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다. 어떤 말로 답변을 해야 할지 잠시 궁리했다. 마음을 정화하고 싶어서라고 할까? 멋진 통찰력을 발견하면 흡수하고 싶어서라고 할까?


“그럼 늘 시만 읽는 건가요?”


궁리할 틈을 길게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여자가 다시 물었다.


“그럴 리가요. 소설도 읽고, 심리학도 읽고, 철학도 읽고…….”


“신기해.”


여자가 내 말의 꼬리를 싹둑 잘라내며 말했다.


“뭐가요?”


“그런 책을 왜 읽는 거예요?”


다시 비슷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뭐가 신기하다는 걸까? 그렇게 말하는 여자가 나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아서……. 알고 싶은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해서…….”


이번에는 궁리의 여지 없이 즉각적으로 말을 이었다. 여자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취업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것들이 죄다 실생활에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이잖아요.”


미소 지음과 고개 흔듦의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과연 그럴까요?”


내 말에 여자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나 소설 같은 거 읽어서 생활에 보탬 된 거 있어요?”


여자가 따지듯 물었다.


“그럼요.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삶에 대해 성찰하기도 하고…….”


“아니, 아니,” 여자가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그런 거 말고. 돈이 되느냐, 이 말이에요.”


“당장 돈이 되는 이유로 읽는 건 아니죠.”


“거봐, 거봐, 내 말이 맞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돈도 되지 않는 걸 매일 읽고 있으니까 그게 신기하다는 거예요. 가끔씩 심심풀이로 읽는 건 이해하겠지만…….”


“아……,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질까 싶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책을 읽는 게 돈 버는 것과 관련된 사람이라면야 이해가 가지만, 그건 아니라고 했죠?”


여자가 확인하듯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런치스토리에 이것저것 쓰고는 있지만, 돈벌이하고는 무관하니까…….”


“브런치? 그거 아점이잖아요."


나는 얇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런 다음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가리켰다.


“인터넷에 있는 글쓰기 공간 중에 브런치스토리라고 있어요.”


아, 하면서 여자가 무신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업은 뭐예요?”


“택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택배 일을 하는데 어떻게 이 시간에 항상 여유 있게 커피숍에 앉아 책을 볼 수 있어요?”


나는 그래서 처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일에 능숙해지고 요령도 생기고 하여 오후 세 시 이전에 모든 업무를 끝마치고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더 일하면 더 벌 수도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는 건가요?”


여자가 탐색하듯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죠.”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제가 책 읽는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건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자주 뵈었는데 이렇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자가 샐쭉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오늘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2에서 이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