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판매 체험기

by 이룸


어느 날 도서관에서 <부의 변곡점>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스마트스토어 얘기였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는 막노동, 군밤장수, 가구 나르기 등을 전전하며 대학 생활을 한다.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적은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다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주식과 코인 투자에 도전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여 더욱 힘든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통해 스마트스토어를 알게 되고, 쇼핑몰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부터 하향곡선만 그리던 인생에 변곡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금은 쇼핑몰로 월 1,0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위탁판매’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지니거나 만든 것으로만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도매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한 다음 스마트스토어에서 소매 판매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건대 참으로 지당한 이치를 나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못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대부분의 가게가 도매로 물건을 떼어 와서 소매로 판매하지 않던가.


컴퓨터를 켜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센터에 접속한 다음 그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서 했다. ‘전자상거래’를 업종으로 하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고, ‘정부24’ 사이트에 들어가서 통신판매업도 신고했다. 며칠 뒤에 모두 완료되었고, 나만의 쇼핑몰이 만들어졌다. 2019년에 가입 신청을 하고 나서 4년만에 승인을 받았다.


어떤 상품을 올릴까 고민하다가, 발렌타인데이가 얼마 남지 않은 때인 것을 떠올리고 도매 사이트에 접속해서 초콜릿을 검색한 다음 그 중에서 세 종류를 쇼핑몰에 올렸다. 책에서 제시하는 ‘상품 등록하기’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했다. 우선은 판매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다른 쇼핑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입력했다. 그런 다음, 몇 년 전에 옥션과 11번가를 통해 구입한 적이 있었던 빨래건조대와 행거를 도매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둘러보고 선택한 다음 쇼핑몰에 올렸다.


며칠 후에 첫 주문이 들어왔다. 페레로로쉐 48개 초콜릿을 도매 사이트에서 배송비 포함하여 39,470원에 결제했고, 쇼핑몰에는 41,470원에 올렸었다. 배송이 끝나고 나서 입금된 돈을 확인해 보니 39,216원이었다. 2,000원이라도 남기려 했는데, 수수료를 제하고 나니 –254원이었다. 아무리 경험상 해본 거라지만 마이너스는 좀 그랬다. 그래서 상품 조회/수정에 들어가서 초콜릿 가격을 즉각 1,000원씩 올렸다.


또 며칠이 지나서 페레로로쉐 27개 초콜릿 상품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도매 사이트에서 25,220원에 결제했고, 쇼핑몰에는 27,950원에 올렸었다. 수수료를 제하고 26,438원이 입금되었다. +1,218원의 수익.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한다고 말하고 휴대폰으로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집에 있던 빨래건조대가 부서져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려던 참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빨래건조대를 한 개 팔 수 있었다. 수익은 +2,778원.


위탁판매로 세 개의 상품을 팔아서 +3,742원을 벌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한 달 뒤에 플랫폼 이용료 3,300원이 빠져나갔다. 남은 돈은 +442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졌다.


쇼핑몰을 시작한 지 50일쯤 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이동식 행거를 도매 사이트에서 26,870원에 결제하고 쇼핑몰에 32,870원에 올렸었는데, 주문이 들어왔다. 배송까지 다 되었는데, 반품 요청이 들어왔다.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도 없고 제품도 손상돼 있다는 것이었다. 주문 취소나 반품이나 교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서 수습 방안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이 벌어지고 보니 정신이 혼미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스마트스토어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유튜브를 보고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다. 그러곤 알게 되었다. ‘자동수거 예외 처리’라는 걸 미리 해두어야 반품이 판매자에게 오지 않고 도매 사이트로 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자동수거 예외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품이 신청되었다. 수업료를 지불한다는 생각으로 반품을 받았다. 반품을 받아보니 구매자의 말 그대로였다.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비닐 같은 것도 없었고, 그리하여 제품의 플라스틱 부분이 깨져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어쩜 이렇게 성의 없이 물건을 박스에 넣어서 배송했는지.


반품.jpg 2023년 3월 반품된 이동식 행거


도매 사이트에 접속해서 반품 사유와 내 주소와 연락처를 적은 다음 반품 요청을 했다. 3월 31일에 반품 요청을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답변이 없었다. 화가 났다. 도매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사유를 말한 다음 공급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더니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더욱 화가 났다.


우체국으로 가서 박스에 적혀 있는 공급사 주소지(공급사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도매 사이트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로 택배를 보냈다. 사흘 뒤 우체국 집배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배송지에 갔더니 물건과 관련된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 이틀째 배송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되돌려 보내야겠다는 것이었다. 아, 한숨만 나왔다. 알아본 다음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지도검색’을 누르고 주소를 적어 넣고 클릭했더니 공급사로 추정되는 업체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어봤더니, 도매 사이트에 행거를 공급한 사람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커피숍이란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무슨 유령업체란 말인가. 산 넘어 산이었다.


도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급사에 문의 글을 올렸다. 욕을 바가지로 써 넣고 싶었으나 마음을 다독였다. 우체국 송장번호를 적고 나서, 송장번호를 조회하고 집배원에게 전화해서 물건을 수거해 달라고 썼다. 한 시간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번에는 집배원 연락처까지 써 넣었다. 네 시간이 지나서야 답변이 왔다. - 통화하였습니다. 입고 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반품 완료가 되었고, 구매할 때의 비용이 환불되어 적립금으로 되돌아왔다. 택배비만 –9,000원의 손해를 보았다(구매자의 반품 택배 –3,000원, 내가 공급사에 보낸 우체국 택배 –6,000원). 손해 본 액수야 미미한 것이지만, 처리를 빨리 빨리 해주지 않는 도매 사이트와 공급사 때문에 일주일 넘게 머리 아픈 나날이었다. 누굴 탓하랴. 반품 대처 요령을 미리 알아두었더라면 허둥지둥, 갈팡질팡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센터에 들어가서 ‘자동수거 예외 처리’를 해두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그와 함께 경험상 해보았던 위탁판매를 더 이어서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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