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일부분이다. 고작 10,000원도 되지 않는 돈 때문에 허둥거리고 쉽게 분개하는 내 모습을 떠올릴 때면 나는 왜 이렇게 쪼잔하게 사는 걸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생각을 크게 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채로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오래된 습성이다. 음료수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을 비교해 보고 100원이라도 더 싼 곳으로 간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있건만, 나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쪽으로 머리를 굴리고 나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 싶으면 쉽게 불안해하고 안절못절못하는 나라는 존재.
뭣이 중헌가? 돈이 중헌가, 마음이 중헌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논쟁 중의 하나다. 유물론과 유심론이 인간 사유의 두 줄기를 이루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유물론이 지배적이고, 종교 분야에서는 유심론이 지배적이다. 경제적 성향이 강한 사람과 종교적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고정적이지 않다. 조금씩이라도 변화한다. 평생 고생해서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익 추구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받는 종교인도 있다.
돈도 중요하고 마음도 중요하다. 돈도 많았으면 좋겠고, 마음도 넉넉했으면 좋겠다. 돈이 없으면 마음이 비루해지는 경우가 많다. 돈이 떨어져 있는지 길바닥을 눈으로 훑으며 걷기도 한다. 돈이 많다고 하여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많지만 스쿠르지처럼 인색한 사람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도 많고 마음도 넉넉한 삶을 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부유하지만 마음은 좁은 삶, 가난하지만 마음은 넓은 삶, 두 가지의 선택지만 있다고 할 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아무래도 첫 번째 선택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 나 또한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가난한 상태에서 마음이 넓어지기란 웬만한 내공 없이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그렇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부유한 상태에서 마음이 넓어지기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는 지금껏 돈도 부족하고 마음도 좁은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돈도 많이 벌고 마음도 넉넉한 삶을 지향한다. 뜻하는 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현재이고, 어쩔 수 없는 나의 한계인 것 같다. 누구나 한계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으로 삼는다.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처럼 계속해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면…… 그럼 여전히 좁은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야 하나? 그럼 너무 서글프지 않나?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마음을 키울 수 있을까? 마음이 좁은 사람의 특징부터 떠올려 본다.
마음이 좁은 사람은 1차원적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그것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살아간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배우려는 마음이 없고 무시하거나 외면해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지닌 생각의 틀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받아들인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곡해하여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는 신이 나며, 상대방을 가르치려 든다.
마음이 좁은 사람은 겉으로 화려한 것에 주로 끌린다. 화려한 외모, 화려한 언변, 화려한 이력, 화려한 재력, 화려한 권력……. 화려한 외모를 지녔으나 인성이 쓰레기 같은 사람도 많다. 화려한 언변으로 사기 치는 사람은 좀 많은가. 화려한 이력을 지녔으되 속 빈 강정 같은 사람도 많다. 화려한 재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화려한 권력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만을 좋아하다 보면 자신을 꾸미게 되고, 아첨하게 마련이고, 부화뇌동하기 일쑤다.
마음이 좁은 사람은 당장의 이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같은 속담이나 ‘조삼모사’, ‘소탐대실’ 같은 고사성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머리를 많이 쓰다 보면 큰 틀로 인생을, 세상을 못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서 헤아려보고 나서는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또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몇 년 흐르고 나서 다시 탄식하기를 반복한다.
마음이 좁은 사람은…… 내가 잘 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좁은 사람의 특성과 반대로 살면 되겠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고, 겉으로 화려한 것에 맹목적으로 사로잡히지 말고 그 이면이나 내실도 고려할 줄 알아야겠으며,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리처드 바크의 금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 되리라. 그러나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다. 마음이 좁은 자신을 알아차릴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그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김수영 시인처럼 성찰하는 마음이 그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