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다고 다 말이 되는건 아니다.
말이 아니라, ‘방식’이 사람을 다친다
“내가 언제 욕했어?”
“나는 그냥 사실만 말한 거야.”
“아니, 그건 네가 예민한 거지.”
피드백을 둘러싼 흔한 갈등은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 말을 어떤 상태로, 어떤 방식으로 했는가’ 때문이다.
피드백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때,
그것은 대부분
감정과 이성이 뒤섞인 채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서운한 감정이 올라와서,
“너는 항상 자기중심적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 말을
‘비난’으로 듣고,
자기의 ‘논리’로 방어한다.
그러면 나는 더 상처받고,
“봐, 또 너는 내 말 안 듣지”라고 외친다.
이 악순환의 출발점은
감정의 언어와 이성의 언어가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그때 진짜 화났어.” → 감정 언어
“그 행동은 내가 신뢰를 놓게 만든 요인이었어.” → 이성 언어
감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달할 때는
‘감정은 내 안에서 일어난 일’로 명확히 하고
‘상대의 행동은 그것과 어떤 관계였는지’를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윤리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는
관계의 칼이 된다.
“내가 지금 우울한 게 너 때문이야.”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상처받았잖아.”
이 말 속에는
감정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함정이 있다.
상대는 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방어하거나 도망치게 된다.
그 결과는 늘 같다:
‘피드백’이 아니라, ‘싸움’만 남는다.
내 감정을 인식한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지?”
→ 서운함, 분노, 실망, 당황 등
그 감정이 생긴 구체적 ‘사건’을 분리한다
“어떤 말/행동이 그 감정을 만들었지?”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 “회의에서 내 아이디어를 가볍게 넘긴 것.”
상대를 탓하지 않고, 내가 느낀 영향만 설명한다
“그 순간 나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꼈어.”
그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제안한다
“앞으로는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면
먼저 들어봐줬으면 해.”
이건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감정을 ‘윤리적으로 다루는 방법’이다.
요약 메시지:
피드백이 상처가 되는 이유는 감정과 이성이 섞였기 때문이다
감정의 언어는 표현을 위한 것이고, 피드백은 이성의 언어로 조율해야 한다
감정은 정당하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말은 고쳐줄 수 있어야 하고, 상처는 남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싶을 때,
우리는 쉽게 이런 말부터 꺼낸다.
“너는 왜 늘 그렇게 해?”
“그 태도, 진짜 문제야.”
“그때 그 말, 기분 나빴어.”
그러나 이런 말들은
상대를 바꾸기보다,
방어하게 만든다.
그리고 관계는 그 순간, 닫힌다.
이런 갈등을 피하면서도
정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나는 이것을
비난 없는 피드백의 네 단계라고 부른다.
비난은 대체로 추상적이고 평가적이다.
예를 들어
“너 진짜 무례하다”는 말은
어떤 행동이 무례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상대의 인격 전체를 비난하는 말일 뿐이다.
대신,
그 사람이 한 구체적인 말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내 말을 끊었잖아”
혹은
“어제 약속 시간에 한참 늦었잖아”처럼
명확하고 재확인 가능한 사건 중심으로 말하자.
이때 중요한 건
판단이나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다.
사실만, 있는 그대로.
상대가 한 행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감정을 곁들여 설명한다.
단, 이 감정은
상대를 탓하는 방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그때 너 때문에 너무 화났어”는
감정조차 비난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나는 좀 무시당한 느낌이었어”
라고 말하면,
그 감정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남긴다.
피드백이란
상대를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겪은 현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많은 피드백이 실패하는 지점은
‘왜 그게 문제였는가’를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기분 나빴어”라는 말만 던지면,
상대는 이렇게 반문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여기서 필요한 건,
나의 기준이나 기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회의에서는 누구나 의견을
끝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약속은 서로 존중이라는 의미라고 여겨.”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내 감정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와 기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문제 제기만 있고,
해결 방향이 없으면
그건 피드백이 아니라 불만 표출이다.
말을 끝낼 땐,
다음에 어떤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늦게 될 땐 미리 연락만 주면 괜찮아.”
이 마지막 요청은
상대에게 “넌 틀렸어”라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조율해나갈 수 있어”라는 제안이 된다.
말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
공격처럼 들리는 순간,
사람은 귀를 닫는다.
말을 전하려면
말의 구조가 윤리적이어야 한다.
상대의 자존감과 자유를 지키면서도
내가 느낀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것.
그것이
‘공감 없는 동조’도,
‘감정 억누른 침묵’도 아닌
진짜 피드백의 길이다.
이 네 단계를 기억하자.
상대도 나처럼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의 말 속에서 확인해가는 훈련으로.
공감은 감정을 전가할 때가 아니라,
감정을 함께 마주보고 이해할 때 생긴다.
내 감정을 남에게 던지는 순간, 대화는 벽이 되고 만다.
내 감정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함께 나눌 수 있다.
감정은 내가 책임지고,
피드백은 함께 조율하는 것이다.
-A.K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