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다고 다 말이 되는건 아니다
말은 입에서가 아니라, 귀에서 완성된다
누구나 듣기 싫은 말이 있다.
지적, 충고, 피드백, 따끔한 현실 조언.
말의 내용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나의 자존감, 노력, 혹은 상처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말은 입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의 귀에 닿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듣기 싫은 말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말하기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방어를 풀고,
상대의 말을 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예를 들어,
“너 그러면 안 돼”보다
“요즘 너 많이 지친 것 같아. 그래서 예민해졌던 거겠지”
라는 말이 먼저 나가면,
그 다음 어떤 피드백도 훨씬 부드럽게 들린다.
‘듣기 싫은 말’ 앞에는
공감의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네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이해해”
“너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이 한 마디가
상대의 귀를 열게 한다.
공격처럼 느껴지는 피드백은
대개 “너는”으로 시작한다.
“너는 왜 매번 그렇게 해?”
“너 말투 좀 고쳐야 돼.”
이런 말은
내용이 아니라 형태 때문에 거부된다.
즉, 말이 옳아도
‘명령조’, ‘지적조’, ‘너 탓조’이면
방어 본능이 먼저 일어난다.
반면에
“나는 이렇게 느꼈어”
“나는 이런 상황이 조금 힘들었어”
로 시작하면,
상대는 그걸 공격이 아닌 경험 공유로 받아들인다.
‘나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내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는 비폭력적 기술이다.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거야”라는 말 뒤엔
종종 감정이 조절되지 않은 폭력이 숨어 있다.
진심은 중요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감정은
진심을 망친다.
듣기 싫은 말을 해야 할 땐
먼저 내 감정을 정리해야 한다.
지금 이 말이 분노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관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가?
내가 이 말을 덤벼들듯 하고 싶은가,
아니면 진짜 전달하고 싶은가?
내 안의 에너지가 ‘터뜨리려는 힘’인지
‘전달하려는 힘’인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말은
감정이 올라왔을 때 말하면 무기가 되고,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말하면 도구가 된다.
듣기 싫은 말도 들을 수 있게 하려면,
그 말이 상대의 자존감을 짓밟고 지나가지 않게
신중하게 말의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그 사람의 노력, 경험, 상처, 세계를
“다 안다”는 오만 대신
“다 알 순 없지만, 너를 위해 말하는 거야”
라는윤리적인 거리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기술은 외워서 되는 게 아니다.
훈련이고, 감각이며, 관계의 윤리다.
요약:
듣기 싫은 말을 꺼낼 땐
공감의 한 마디로 귀를 연다.
“너는”이 아닌 “나는”으로 시작한다.
감정을 가다듬고 말한다. 진심은 전달 방식에서 결정된다.
말은 상대의 자존감 위에 올려야 한다. 그래야 닿는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는 아무 말도 아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내 말에 그렇게 상처받을 줄 몰랐어.”
“나는 진심으로 걱정해서 한 말이었어.”
이 말들은 실제로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대개
상대에게 아무 위로도 되지 않는다.
왜일까?
말의 결과는
‘의도’가 아니라 ‘영향’으로 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넌 더 잘할 수 있어”라는 말이
한 사람에게는 격려처럼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너는 부족해”라는
비난처럼 들릴 수 있다.
화내지 않고 말했는데도,
상대는 공격처럼 느낄 수 있다.
상처 줄 생각은 없었는데,
상대는 자존감을 잃었다고 느낀다.
이 모든 오해의 핵심은
‘의도’와 ‘영향’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향’은 들은 사람의 세계다
우리는 자주,
자신의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에만 초점을 둔다.
하지만 상대는,
그 말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보자.
A: “그 옷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B: “…너 지금 날 비하하는 거야?”
A: “아니,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그냥 편하게 말한 거야.”
A는 ‘편한 조언’의 의도였지만,
B는 ‘외모 비하’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 순간,
A가 “그럴 의도 아니었어”만 반복한다면
B는 고립감과 억울함을 느낀다.
이 갈등의 핵심은
‘말의 영향’을 다루지 않고
‘의도 방어’만 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을 먼저 인정한다
“그 말이 너한테 상처로 들렸다는 걸 알겠어.”
“기분 상하게 했던 것 같아, 미안해.”
이것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인정하는 태도다.
그 다음에 내 의도를 나누어 설명한다
“나는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느껴졌다면 표현을 조심했어야 했어.”
이렇게 말하면
나의 진심도 지키면서,
상대의 감정도 인정하는 대화 구조가 만들어진다.
말은 해석되는 순간,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가 하는 말은
입에서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상대가 듣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순간까지
계속 변화하고 해석되는 살아 있는 구조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이런 뜻이었다’는 설명만으로
의미를 고정할 수 없다.
진짜 성숙한 말하기는
말의 결과까지 책임지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내가 던진 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때,
우리는 방어 대신
이 말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묻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질문은
자기방어가 아니라
관계 회복의 시작이다.
요약
갈등 중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는
상대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다.
의도와 영향은 다르며,
영향을 먼저 인정해야
의도가 전달된다.
말은 구조이며,
관계의 귀 위에서 완성된다.
성숙한 말하기는 의도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책임지는 데서 시작된다.
-A.K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