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생각을 모르겠어.
눈을 떴는데
내 마음이 이미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살짝 눈치를 봤다.
“왜… 또 아침부터 그래?”
마음은 대답도 안 하고 창문 쪽으로 휙— 걸어가 버렸다.
부엌에서 물을 끓이는데
마음이 내 곁을 지나가며 작게 말했다.
“나 오늘 네 일정 몰라. 알아서 해.”
…?
나는 당황해서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야, 오늘 우리 같이 살아야 되는 거 알지?”
마음은 팔짱을 낀 채
“너가 먼저 나 신경 안 쓴 거잖아.” 하고 나를 노려본다.
출근 준비하려고 옷을 고르는데 마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거? 또 그거 입을 거야? 오늘… 잘 지내고 싶지 않은가 보네?”
나는 결국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마음의 기분에 휘둘린 채 집을 나왔다.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분명 그대로인데,그 얼굴 속 마음은
어제와 아주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침부터 왜 이러냐고…’
중얼거리며 버스 손잡이를 잡은 순간,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라는 애는 참…같이 사는데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어떤 날은 그렇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만 유난히 예민한 날.
별일도 없는데 이유 없이 답답하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혼자서만 온갖 신경이 곤두서는 날.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왜 이러지?’
‘어디가 문제지?’
하지만 마음이 매번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따라주고 움직였으면
정말 놀랍게도 우리는 진작에 평온해져 있었을 것이다.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각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다.
날씨에도 흔들리고,어제 잠든 방식에도 영향을 받고,
사람 한 명의 표정, 말투, 스쳐 지나간 기억 하나에도 조용히 출렁인다.
정말 독립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그 작은 파동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조용히 하루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그러니 아침부터 마음이 수선을 떠는 날,
우리가 할 일은
그 마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잠깐 바라보는 것이다.
“너 오늘은 왜 이래?”
이 질문을 책망이 아니라 관찰로 바꿀 수 있다면,
마음의 움직임은 한결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내 마음은 내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 마음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조율하고, 달래고, 이해해야 유지되는 아주 섬세한 동반자다.
아침부터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 날은 그저 삶이 보내는 신호다.
너무 오래 쌓아둔 감정이 있거나,지치고 있다는 무언의 표시이거나,
혹은 단순히“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살고 싶다”는 마음의 작은 부탁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인정해주는 순간,
마음은 어느새 조용히 제 자리를 되찾는다.
우리는 마음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문은 바로 이런 날,
마음이 내 말을 안 듣는 날 조용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 문이 열리는 순간은 늘 거창하지 않다.
어떤 날은 퇴근길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어떤 날은 씻다가 멍하니 샤워기 물소리를 듣다 보면 문득 찾아온다.
내가 내 마음을 몰라서 생겼던 그 어색함과 어지러움이
천천히 흩어지는 순간이다.
그제야 알게 된다. 마음은 누구보다 솔직한 존재라서
억누르거나 밀어붙이면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는 걸.
하지만 그저 “그래, 오늘은 그러고 싶구나”
하고 말 한마디 건네주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빨리 힘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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