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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an 30. 2017

여중생 A (1)

성장 소설은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추구하는 바를 상당 부분 감흥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그 특징을 갖는다. 특징들을 따져보자면 더 많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1.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겪는 시간과 사건의 통과 : 전개 자체가 주는 진일보의 '쾌감'

2. 독자로 하여금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회고' 혹은 '반성'과 같이, 시간을 거꾸로 밟는 계기를 제공

3. 주인공의 성장에 필요한 내적 대화의 반복 : 미숙했던 과거의 시간을 반복적으로 되짚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기 고찰이 무한 반복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허5파6의 '여중생A'는 중학교 3학년 '장미래'의 시선으로 그린 일종의 성장 소설과도 같은 웹툰이다. 학교라는 세계와 온라인 게임 세계,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다가가는 게 어려운 사람들과 폭력적인 아버지, 불쌍한 엄마, 주변의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또 고민하는 시간들을 풍경과 세계의 교차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성장 소설과도 같은 여러 특징들을 장미래라는 캐릭터의 외형, 내연 속에 거의 완전에 가깝게 담았다. 


성장 소설은 필연적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이것이 정말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삶을 다루는 문학이 삶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이야기에 그치면 안 되고 (아무튼 어른이 된 사람들이 그것을 '성장 소설'이라고 정의하는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읽는 이의 과거 성장사를 현재의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즉 이것은 그 작품이, 성장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든지 혹은 등장인물의 내적 고찰이 독자가 공감할 수 있기 위해서 독자가 쓰는 '비슷한 언어'로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중생A'는 서사에 사용된 거의 대부분의 묘사와 생활 패턴이 지금 시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더욱 그 '비슷한 언어'를 쉽게 재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으로 추정되는데 이제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근과거이다). 게다가 '웹'으로 무언가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매개물로 하여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적 공감은 작품 자체를 투사하고 있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이 일생의 꿈이자 전부인 주인공의 고민과 상처, 그리고 스스로 성장해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 설계와 같은 이야기도 바로 그 언어를 통해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웹툰에 대한 진짜 느낌은 이렇게 주인공이 가진 깊이에의 공감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자기 성장을 자기 글로 써내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은 사실은 거의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주인공은 성장의 순간들이라 할 수 있는 현실을 단지 추상적이거나 의지만으로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처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가능한 어른의 모습(작가)을 가족과 생계를 위하여 생각하고 고민한다. 이것은 정말 '심금을 울린다'.


사실 '여중생A'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으면서도(이건 아주 사적인 이유이다), 길게 설명하기 어려운 서사의 결을 가지고 있다(이것도 아주 사적인 이유이다). 


웹툰은 그 장르적 특징과 유통 특성 때문에 우리네 삶과 언어의 적나라한 묘사에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유사 경험과 언어를 그에 비교하여 이야기 하고픈 욕구를 쉽게 불러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묘사의 강점을 넘어서 '여중생A'가 그려내는 우울하면서도 설레는 순간들은 정말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심금을 울린다. 


그래서 이 웹툰에 대한 감상문의 마지막은 이렇게 주관적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여중생 장미래가 보던 소설이 장미래의 의식으로 뚫고 들어온 것을 지나서 여중생을 지나고 어른이 된 나의 의식에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역시 문학만이 구원을 준다'. 그냥 이렇게 밖에.


* 이 글의 제목에 (1)이 붙은 이유는 이후에 더 많은 감상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날 것 같아서이다. (2)와 같은 형태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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