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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07. 2017

무언가를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

무언가를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문학, 특히 시를 읽을 때마다 선명하게 드는 생각이다. 나는 문학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도, 밥벌이를 위한 일로 임하지도 않아서 여기서 말하는 '무언가'는 내가 일상적으로 쓰는 것들 하고는 전혀 다르다.


갑자기 이렇게 침전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의 고난을 어렴풋이 봤기 때문이다.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익숙한 구절을 뒤집은 이런 말이 어쩌면 창작자의 현실과 실전에서는 더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동엽 문학관에서 시인의 고난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책을 조금 탐독했다. 역시 어렵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잘 쓴 글'을 지어내는 것이 어렵다! 


어려워!


여행 가기 전에 집에 쓸쓸히 누워있는 시집을 들추다가 우연히 신동엽 시인의 시 하나를 읽고 갔었다. 집에서 읽고, 문학관에 가서 다시 읽었다. 여행의 종착지로 종로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서울로 돌아와 종로를 갔다.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문학관에서 가장 심금을 울린 건 사실 시보다도 이 편지였다.

시인이 와병 중 죽음의 임박을 느꼈을 때 부인에게 보낸 편지다.

처음 읽었을 땐 시인의 침착하고 사려 깊은 가장의 의젓함만을 떠올렸다.

다시 보니 영원한 이별을 자기 손으로 쓰고, 결국 사랑하는 이로 하여금 읽게 한 슬픔이 보인다.


경.
더위에 얼마나 고생하오.
학부 철학과를 다니던 여자가...
이 세상은 장난이 좀 심하구려.
회답이 늦었으오. 용서하오. 구(?) 노(?)가 와서 한 사흘 묵고가는 바람에...
하늘의 뜻은 석의 죽음에 있는 듯 하오.
다만 그녀의 정성을 하늘은 차마 저버리지 못하고 있는 양이오.
겨우 소생하려는 목숨에 이번에 다시 또 가뭄의 세례.
알만한 곳에 일자리를 부탁해볼 생각이오.
안정보다도 일정한 수입이 오히려 석의 건강에 이로울 것 같구려.

경.
안녕.
이번엔 약 하루 이틀 앞당겨 보내주오.



오는 길에 시장에서 방울 토마토인 줄 알고 샀는데 보리수 열매라고 한다. 오는 길에 먹으면서 왔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바로 그 나무 보리수 맞다.

그래서 보리수가 '깨달음의 나무' 뭐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걸 다 먹으면 나도 뭔가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겠지.

뭘 깨닫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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