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르게 피자를 먹으며 조금 더 캐주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과 무관한 이야기. 평소에 궁금했으나 물어보지 못한 이야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등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다 한 분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365일 매일 글을 쓰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것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세요?
빈번하게 듣는 질문이었기에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코카콜라가 나오듯 반사적으로 답을 했다. 창작 활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완벽주의 때문이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구릴 수 있는 용기만 갖는다면 누구나 매일 글을 쓸 수 있다. 글뿐만 아니라 유튜버면 동영상, 팟캐스트를 한다면 음성을 매일 올릴 수 있다. 잘하려 하지 말고 자주 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하는 말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 답변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날은 평소와는 달랐다. 질문이 추가되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나요?
중요한 질문이었다. 꾸준히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현타(현자 타임)가 올 수 있다. 현타는 이내 자포자기를 이끌어낸다. 이에 대해서는 반사적으로 답을 하기 힘들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불현듯 빅터 프랭클의 <Man's Search for Meaning(죽음의 수용소에서)>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이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 체험 수기다(정말 좋은 책이니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한다). 책에는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새해 다음날까지 수감자들의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갑자기 이 내용이 떠올랐다. 빅터 프랭클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때 풀려나겠지', '새해에는 풀려나겠지'와 같이 구체적인 희망을 갖고 있다가 좌절되었을 때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잃고 생을 포기하기 쉽다고 한다.
물론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다. 일상에서 꾸준히 하는 것과 나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지속해 나가는 것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말이다. 다만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포기하게 된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비슷해 보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브런치에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가끔씩 추천으로 뜨는 글의 제목을 보면 '매일 쓰기'와 같은 것이 빈번하게 눈에 걸렸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매일 글쓰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가 있다. 바로 브런치북 당선작 발표날 이후다. "더 이상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겠다" 혹은 "글 쓰는 게 무의미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당선작 발표 이후부터 급격히 쏟아지기에 이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브런치에 있어서 크리스마스 다음날과 새해 다음날은 브런치북 당선작 발표 다음날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에게 질문하신 분께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그 자체, 루틴을 유지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365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분께 답을 하며 다시금 알게 되었다.
구릴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과정에 의미를 두기. 이것이 나에겐 꾸준함을 위한 두 축이다.
P.S.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일, 가망 없는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 오늘의 글은 이와는 다른 좋은 루틴을 만들기 위한 소소한 팁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