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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04. 2023

나는 돛단배인가 크루즈인가?


나는 '차별화'를 좋아한다. 마케팅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인지, 기질이 그런 것인지 이제는 헷갈리지만 아무튼 그렇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기존과는 다르게 혹은 남들과는 다르게 하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질리는 편이다. 똑같은 일을 해야 할 때면 내 마음대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기도 한다.  질 들뢰즈는 '철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면에서 보면 철학자 st스럽게 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새 사람들이 농담 삼아 '백수'를 '홈 프로텍터(Home Protecter)'라고 부르는 것처럼 터무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차별화가 만능이 아님은 알고 있다. 때로는 뻔하지만 명확한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차별화는 흥미를 일으키는 데는 좋지만 이해를 시키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트레바리에서 다섯 시즌째 마케팅/브랜딩 모임을 운영하면서 느낀 바이기도 하다.


마케팅 모임이다 보니 초반에는 다른 모임과의 '차별화'에만 중점을 두었었다. 확실히 진행하는 나도 즐거웠고 참여자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문제는 이해의 공통분모가 얕다는 점이었다. 내가 의도한 바와 참여자가 이해하는 바의 간극이 느껴졌다. 차별화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브랜드>를 진행하면서부터는 이 점을 더욱 확실하게 했다. 모임의 목적은 참여자 모두가 모임 이후에 주저하던 퍼스널 브랜딩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앎'을 넘어 '함'을 이끌어내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4회 차의 모임 중 마지막 회차는 반드시 '함'을 이끌어내는 책을 다루고자 했다. 차별화보다는 의도의 명확화에 중점을 두었다.


어떻게 하면 '함'을 이끌어낼까? 넘사벽의 저자가 쓴 거창한 책 보다 옆자리에 앉은 선배나 동기가 쓴듯한 친근한 책이 적절해 보였다. <나, 브랜드> 시즌 1에서는 이를 위해 이승희의 <별게 다 영감>을 선정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처럼 짧고 가볍게 쓴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렇게도 책을 쓸 수 있다고?" "나도 작가 할 수 있겠는데?"라는 반응이 많았다. 의도했던 바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기록의 습관화를 넘어 자신의 일을 책으로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함'으로 이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 브랜드> 시즌 2 마지막 회차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을 했다. 이번에는 작은 브랜드의 성장기를 다룬 책이었으면 했다. 1인 기업가가 작지만 단단한 기업을 만드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 책이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박신후의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블랙피쉬, 2022)였다.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땀냄새가 나는 브랜드(혹은 브랜딩) 책'이다. 사업의 희로애락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물론 기업의 이미지를 고려한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이기에 앞서 브랜드의 대표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느껴진다. 사업가라면 공감할 내용이 가득하다. 완벽하게 그려지는 대표의 성공기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대표 그리고 브랜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점이 좋았다. 장밋빛 미래만 꿈꾸며 브랜드를 만드려는 사람에게는 브레이크가 되어주고,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주저하는 이에게는 엑셀러레이터가 되어준달까? <나, 브랜드> 마지막 책으로, 참여자의 실천을 이끌어내는 책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브랜드의 성장을 배에 빗대어 설명한다. 자유롭지만 위태로웠던 카약에서 출발하여, 화려하게 침몰한 통통배, 목적지가 없는 돛단배, 팀워크라는 모터가 달린 요트,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크루즈까지. 책을 읽으며 현재 나의 사업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나라는 브랜드는 어느 배에 가까운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책은 본인은 어떤 배에 해당하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카약이든 돛단배이든 일단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존 A. 쉐드가 다음처럼 말하지 않았는가?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러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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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bestsellerkap



사진: UnsplashJoseph Barrien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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