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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18. 2023

리더는 좋은 사람이면 안된다?

※ 인물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직장인들로 가득한 시끌벅적한 술집이었다. 옆자리 대화가 우리 자리를 줄곧 침범하는 그런 술집이었다. 모임에서 알게 된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멀리 앉아 있는 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 문장이 모든 소음을 제치고 내 귀로 들어왔다. 


"좋은 리더가 팀을 망쳐놓았어요."


응? 무슨 말이지? '좋은'과 '망치다'가 하나의 문장에 존재하다니? 궁금해졌다. 모든 청력과 집중력을 총동원하여 그의 다음 말에 집중을 했다. 


"정확히는 좋은척하는 리더죠. 제가 그 덕분에 지금 밤낮으로 뒤처리를 하고 있어요. 그분이 있을 때 팀원들이 듣기 싫어할 말을 일절 하지 않다 보니 팀이 개판이 되었어요. 누구는 나쁜 역할 하고 싶나요? 휴..."


회사생활을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이해되는 상황일 것이다. 악마라고 불리는 리더만큼이나 팀원의 원성을 사는 리더는 좋은 척하는 리더일 것이다. 다른 팀원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람을 제지하지 않고, 규칙을 나쁜 식으로 깨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리더. 혹은 애매하게 말하는 리더. 이런 리더는 처음에는 좋지만 날이 갈수록 팀의 분위기를 해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쓴소리를 하는 악역은 좋은 사람이 맡게 된다. 책임감 있고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좋은 사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도 종종 꼰대로 불리는 마당에 누가 악역을 자처하겠는가? 


사실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애초에 쓴소리를 할 상황에 스스로를 놓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물어보면 답을 할지언정 먼저 나서지 않는다. 기질적으로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에 집중하기에 방관형에 가깝다. 좋은 척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었다. 좋은 척도 하지 않고 안 보이는 선을 긋다 보니 팀원들이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 듯 했다. 자연스레 쓴소리를 할 필요가 더더욱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을 맡는 좋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시대도. 이 또한 오지랖일 수 있지만 지금 악역을 맡고 있는 리더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좋은 리더는 착한 리더가 아니라 믿을만한 리더라고. 여러분은 충분히 좋은 리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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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Volkan Ol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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