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깊이가 결과의 높이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십여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도 해봤고 모임장으로서 진행도 해보았다. 이를 통해 각 모임 플랫폼별로 어떠한 고민을 하고 어떠한 철학으로 운영을 하는지 직간접적으로도 알게 되었다. 잘되는 모임과 안 되는 모임의 차이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운과 타이밍도 중요하고,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콕 집어서 말하고 싶다. 바로 질문의 깊이다.
대부분의 독서모임에서 기획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것은 다음의 질문이다.
"이 콘텐츠(혹은 책)를 사람들이 좋아할까?"
사람들이 싫어하는 책과 콘텐츠를 갖고 기획을 하는 것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100m 달리기 경기에 출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공한다면 기념비적인 일이지만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상당히 불리하다. 참여자가 혹할 만한 콘텐츠와 읽고 싶은 책인지를 묻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문제는 이 질문으로 충분한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책이 있다. 이를테면 연말에 출시되는 <트렌드 코리아>. 연초에는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자기 계발서. 그해의 노벨문학상 당선작가의 책 등등등. 사람들이 좋아할 책이고 콘텐츠다. 그렇다면 이러한 책으로 기획하면 무조건 성공하는가? 모두가 알겠지만 아니다. 두 번째 질문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다음이다.
"이 콘텐츠(책)를 다른 곳이 아닌 왜 우리 모임에서 경험해야 하는가?"
잘되는 모임은 두 번째 질문까지 깊이 파고들지만 안 되는 모임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사람들이 탕후루를 좋아한다고 해서 초밥집에서 탕후루를 판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모임의 철학과 성격에 맞는 책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 다른 모임에서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베너핏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핸드폰으로도 언제 어디서 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영화관이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고민만이 잘되는 독서모임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고? 여기서부터 마케팅 원론이 된다. 중요 개념만 훑으면 아래와 같다.
3C: '나'를 분석하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소비자'를 분석한다.
STP: 시장을 잘게 쪼개고, 쪼갠 시장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그 시장에서 남과 다른 차별점을 어필한다.
4P: 3C와 STP를 통해 도출한 메시지를 모임, 가격, 채널, 판촉에 일관성 있게 적용한다.
이를 통해 '왜 우리 모임에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답이 부재하면, 모임의 존재가치도 곧 부재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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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Robert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