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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와 함께 책을 출간한다는 것 (2부)

by 캡선생

https://brunch.co.kr/@kap/1079

(1부를 읽지 않은 분은 위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책의 표지는 어느 정도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출판사와 방향성 협의도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구체화였다. 구체적으로 표지를 어떻게 만들지를 협의해 나가야 했다. 생각보다 큰 난관이었다.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어쩌면 글쓰기보다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독립출판을 할 때는 나와 동업자 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있었다. 기획과 마케팅은 나의 몫, 디자인은 그녀의 몫이었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했기에 전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따랐다. 이번에는 달랐다. 출판사는 나의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마케터로서의 나의 감각을 디자인에도 접목해야만 했다. 큰 부담감이 느껴졌다. 고민이 되었다. 이럴 때는 결국 '왜(why)'를 묻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표지를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1) 서점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 (인지)

2) 사고(갖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 (호감)


표지는 눈에 띄면서 사고 싶게 만들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1번과 2번의 교집합을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다. 눈에 띄기 위해서는 기존의 책들과 다르면 된다. 극단적으로 다르면 된다. 이렇게 차별화에만 힘을 쏟다 보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더 나아가 갖기 싫은 책이 될 수 있다. 차별화만 쫓다가는 호감을 잃고, 반대로 호감에만 집중하다 보면 차별화를 잃을 수 있었다. 이것이 큰 문제였다.


표지의 1차 시안은 누가 보더라도 튀는 시안이었다. 서점에 놓으면 누구라도 쳐다볼만한 그러한 시안이었다. 다만 쉽게 들고 다니기 힘든 표지라는 것이 문제였다. 누군가에게는 부끄러울 수도 있는 과한 표지였다. 대중성이 담보되지 않은 표지였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타깃 독자들에게 보여주니 하나같이 '과하다'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나왔다.


주목도를 다소 낮추더라도 대중성을 갖추는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작업을 거치다 보니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표지 디자인이 탄생했다. 물론 '균형 잡힌'이라는 말은 상당히 성급한 결론이다. 아직 수많은 독자의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출판사 그리고 주변의 타깃 독자의 의견이 전보다 나아졌으니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표지도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막바지 퇴고와 홍보 계획 수립이다. '잘 만든다'만큼 중요한 것이 '잘 알린다', 구체적으로는 '잘 판다'이다. 수많은 사람의 돈과 시간이 이 책에 이미 들어갔으니 잘 해내야만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썼으니 판매는 출판사 몫이다"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이번에는 성격을 거슬러 보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들 당사자가 쭈뼛쭈뼛되면 소용이 없다. 어렵겠지만 한 번 최선을 다해 알려보고자 한다.


출판사와 함께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설렘과 떨림 그 사이 어딘가를 경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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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rkus Spi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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