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도 시대에 당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나 풍경 등을 그린 풍속화의 형태가 '우키요에'다. 주로 목판화로 제작되었으며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다. 우키요에는 우연한 기회에 유럽에 알려지며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고갱, 에드가 드가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 우키요에에 큰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우키요에 중 하나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 출처: 나무위키
우키요에의 '우키요(うきよ)'를 직역하면 '부유하는 세상'이다. 오늘날에 부유하는 세상에 가장 걸맞은 곳은 SNS가 아닐까 생각한다. 화려한 색감의 사진과 영상 그리고 텍스트가 두둥실 떠다닌다. 이렇게 부유하는 세상에서, 21세기의 우키요에에서 얻은 세 가지 인사이트를 공유해볼까 한다.
1. 주기적으로 히트하는 10대 아마추어 아이돌(?)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tootee_g
분명 혼자인데 본인을 아이돌 그룹이라 말하는 10대 아이가 화면에 나타났다. 영상이 시작됨과 동시에 카리스마 있게 "얘들아 줄 맞춰!"라고 말한다. 타이밍이라는 아이돌스러운 이름을 지었음에도 본인이 아이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상이 딜레이 되면서 한 사람이 여러 명처럼 보이는 효과를 활용한 10대 아이의 귀여운 영상이었다.
이러한 영상은 잊을만하면 나타나고, 매번 큰 호응을 얻는다. 가장 최근에 히트했던 영상은 삼인조로 구성되었던 걸걸오렌씨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어설픈 영상에 매번 열광하는 것일까? 광고의 주목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3B(Beauty, Beast, Baby)에서 Baby에 해당하는 귀엽고 어린 친구들이 나와서일까? 물론 이것도 이유겠지만 결국엔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어른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어설픈, 본래 아이 같은 모습이 더더욱 차별화되지 않나 싶다. 어린 시절의 어설펐던 본인의 모습이 생각나는 추억 효과는 덤일 것이다.
2. 무엇이든 결국에 꿈보다 해몽
사진 출처: 중앙일보
경남 사천시 각산의 한 사찰 지붕에 무시무시한 글귀가 적혀 있다. "부처님 위로 케이블카 타는 자는 평생 재수 없다." 사실이든 아니든 재수 없다는 말을 사서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곳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가 고3 수험생들에게는 인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인지 단순 유머인지 모르겠지만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재수 없다'라는 말은 고3 수험생에게 최고의 찬사다. 그들에게는 인생의 성공을 의미하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은 결국 해몽에 달려있는 것 같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해몽에 따라 '좋은 것'이 되기도 하고, '영감'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인생은 결국 해몽력에 달려 있는 것 같다.
3. 옥외광고와 바이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FOOH 광고
사진 출처: 헤라 공식 인스타그램
아모레퍼시픽의 사옥에서 갑자기 거대한 립스틱이 로봇처럼 튀어나오고, 기둥같이 보이는 립스틱이 아슬아슬하게 숭례문에 얹혀있다. 언뜻 보면 엄청난 규모의 옥외광고 같지만 컴퓨터그래픽(CG)이다. 아주 정교해서 더 이상 진짜와 가짜가 구분이 가지 않는 CG.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FOOH(Fake Out of Home)광고를 발 빠르게 아모레퍼시픽에서도 활용하는 것 같다.
이러한 광고는 옥외광고 + 바이럴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원래 같았으면 랜드마크라 불리는 곳에 거대한 스케일의 옥외광고를 진행하고, 그것을 인상적으로 본 사람들이 촬영하여 SNS 이곳저곳에 바이럴을 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바이럴 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바이럴 영상까지 만들어서 진행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이렇게 CG를 활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CG의 기술력은 높아지고 비용은 낮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이러한 형식의 광고를 기획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정말 아이디어 싸움이다. 모든 것을 마음이 짓는 세상이다(一切唯心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