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Jan 15. 2024

브랜드의 세 계절

각기 다른 지점에 있는 존재를 한 번에 같이 보면 길이 보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대다수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국민 MC 유재석과, 대다수에게 미움을 받아서 이제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언을 같이 보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보이곤 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잇달아 본 세 브랜드는 각각 서로 다른 지점에 있었다. 처음 보는 브랜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그리고 모두가 아는 완성형 브랜드. 세 브랜드를 보며 느낀 브랜드의 세 계절을 한 번 나누어볼까 한다.  



1. 어설픔과 진정성으로 승부를 하는 신규 브랜드

인스타그램 @gamsa__haeyo

어느 날 인스타그램 피드에 좋아요가 6만 개가 넘는 영상이 떴다. 일반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허름한 창고 앞에서 말하는 영상이었다. 눈집게 발주를 잘못해서 재고가 너무 많이 남았으니 1원에 5개를 판다는 단순한 메시지였다(이 또한 말실수였고 1원에 1개를 파는 것이 맞는 내용이었다). 영상의 폭발적인 반응은 물론이고 제품도 순식간에 다 팔린 것으로 보였다.


어설픔과 진정성으로 어필하는 방식. 일종의 신박한 광고인지, 진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신규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었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을 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약자를 응원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신규 브랜드에서 어설픈 신입사원이 나와 본인의 실수를 말하면 그 어떤 사람이 쉽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 마케팅에서는 '언더독(underdog)'이라고도 불리는 전략이다. 신규 브랜드가 쓰기에 참 유용하다.


영상의 모든 요소는 '진정성'이 극대화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허름한 창고라는 배경, 골판지에 적은 메시지, 그리고 영상에서조차 말실수를 하는 신입사원.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성'은 확실히 느껴진다. 이러한 진정성에 설득되지 않을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영상이 진정성을 넘어 진짜이기를 바란다.  



2. 기본기로 고속 성장 중인 브랜드

좌상: 대기실, 우상: 고객 건의함, 하: 더블벅버거 세트

늘 칭찬하는 사람의 칭찬보다, 늘 욕하는 사람의 칭찬이 더 값지고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성균관대에 위치한 <벅벅>은 후자에 해당하는 맛집이다. 말투가 거칠고 독설을 주로 하는 장사의 신(은현장)이 극찬한 햄버거 집이기 때문이다.


평일 5시에 갔는데도 <벅벅>에는 수많은 사람의 웨이팅으로 1시간을 기다려야 다. 날씨가 추워서 어디서 기다려야 할지 걱정이 있었는데 기다리는 분들만을 위한 공간을 조금 떨어진 위치에 두고 있었다. 고객을 배려하는 첫 번째 기본기였다. 책을 읽으며 1시간을 기다리는데 내 순서가 와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2층에 위치한 자리에 앉았는데 눈앞에 불편사항 건의함이 QR코드로 찍혀있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두 번째 기본기였다. 더블벅버거 세트를 시켰는데 13,000원이었다. 요새 잘 나가는 햄버거집에서 세트를 시키면 20,000만 원 전후인 것을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그리고 먹자마자 느꼈다. 인생버거라고. 개인적으로 쉑쉑, 인앤아웃보다 나았다. 음식점은 맛있어야만 한다는 세 번째 기본기였다.


<벅벅>은 앞으로도 성장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라고 느꼈다.



3. 완성형 브랜드의 고충

술을 마시면 꼭 숙취해소제를 마시곤 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다 보니 생긴 버릇이다. 나에게 '숙취해소제=여명'이라 웬만하면 여명을 마시는데, 그 어떤 프로모션도 하지 않다 보니 요새는 1+1 프로모션을 하는 다른 브랜드의 숙취해소제를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방문한 편의점 냉장고에는 꽤나 인상적인 프로모션 POP가 있었다. 회사를 막론하고 다양한 숙취해소음료가 1+1으로 구매가 가능했던 것이다. 같은 회사 음료끼리 1+1을 하거나, 아이스크림의 경우에는 회사 막론하고 1+1은 보았으나 숙취해소음료는 처음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명이 빠져있었다. 의도가 보였다. 1위를 견제하기 위한 후발 주자들의 연합.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보통명사가 된 브랜드다. 이를테면 스카치테이프라는 '고유명사'가 그러한 종류의 모든 상품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된 것처럼. 여명도 숙취해소음료를 대체하는 보통명사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후발주자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고 싶다면>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57197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