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시작되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니다.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전에 없던 시도를 계획하는 것은 똑같은 하루에 똑같지 않은 의미부여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2022년도에는 브런치에 매일 글쓰기라는 '양'이 목표였고, 2023년도에는 조금 더 나은 글쓰기라는 '질'이 목표였다. 2024년도는 그럼 어떠한 목표를 세워야 할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리고 사랑받는 글쓰기가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 책을 쓰는 게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브런치에 쓰는 글의 양은 많이 줄어들 예정이다. 조금 더 많은 글을 원고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브런치를 아예 배제할 예정은 아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한 주간의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인사이트 토크'를 쓸 예정이고, 화요일에는 스레드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글을 브런치에 길게 쓰는 '반박 시 당신이 옳다'를 지속해서 쓸 예정이다.
그러면 오늘 첫 '인사이트 토크'를 적어볼까 한다. 친구와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처럼 가볍게 들어주셨으면 한다.
1. 정보가 부족할 때는 익숙한 기준선을 제시하라
츠타야 서점 앞에서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늘 책을 들고 다닌다. 전자책을 잘 읽는 스타일이라면 좋을 텐데 구세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종이책으로 읽어야 집중이 잘 된다. 이번 도쿄 여행에도 두 권을 들고 갔는데 생각보다 빨리 읽어서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판 소설을 구매했다. 책 띠지에 토익 점수가 적혀 있어서 무엇인가 봤더니 토익 600점 이상이면 읽을만하다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영어 원서를 읽고 싶으나 본인이 읽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독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의 맵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신라면 맵기’라는 기준으로 말하듯이, 새로운 무언가는 익숙한 무언가로 설명해 주면 고객이 이해하기 참 편한 것 같다. 고객이 익숙한 것에서 출발하면 고객의 마음이 편해진다.
2. 인간의 수집 욕망이 술의 욕망과 만난다면
Nihonshu Genka Sakuraga Shinjuku점
몇 년 전부터 사케에 관심이 생겼다.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적고 가격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편차가 크지 않아서 나에게 적당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마실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고 기록을 했다. 이번에 방문한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사케를 마실 때마다 해당 사케에 대한 정보가 적힌 카드를 함께 주었는데 이게 참 좋았다. 내가 일일이 사진을 찍거나 기록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또한 술에 취하면 이렇게 기록하는 것을 깜빡하기도 하는데, 맘껏 편하게 마셔도 모든 기록이 남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원래 마시려던 양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드래곤볼, 슬램덩크, MLB, NBA 카드를 모으던 시절도 떠올랐다. 수집 욕구에 불이 붙은 것이다.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카드를 모으기 위해 주문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인간의 원초적인 수집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서비스를 내가 일하는 업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음식이나 공간이 아니더라도 차별화 요소는 많다
신주쿠에 위치한 칸아가리
이번 일본 여행 중에 정말 많은 이자카야를 방문한 것 같다. 운이 좋아서인지 인터넷 검색을 잘해서인지는 몰라도 모든 이자카야가 각자의 이유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이자카야를 꼽자면 단연 '칸아가리'였다. 음식도 맛있고 가게에 구비한 술도 모두 좋았다. 분위기 또한 최고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최고라고 꼽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볼 수 없는 음식 전달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요리를 하는 분이 기다란 주걱 위에 음식을 올려서 전달해 주는데 그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F&B 업계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은 드물 것이다. 본인만의 시그니처 음식이나 음료를 개발하거나 공간을 특화하는 등 다양한 차별화 요소를 고민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지만 고객이 가게에 와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쪼개본다면 더 많은 차별화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칸아가리가 보여주는 음식 전달 방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