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Feb 05. 2024

제주도의 삼다곳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제주도를 잘 모른다. 특히나 최근 들어 생겨난 좋은 공간에 대해서는 서울 토박이들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다. 나의 고향은 갈 때마다 새롭고 갈 때마다 재해석하게 된다. 이번에 나에게 많은 영감을 곳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영감을 가득 머금은 세 곳인 삼다곳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한다.


1. 고산의 낮, 고산의 밤


제주도에 있는 카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도 에메랄드빛 해변이 눈을 즐겁게 하는 해변가 카페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는 분이라면 블루보틀 제주처럼 그림 같은 풍경의 숲에 위치한 카페나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으로 만든 소박한 카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에 해당하지 않는 카페가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이다.


일단 시내에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4층 건물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매력은 무엇일까? 2시간 혹은 3시간 동안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 있다. 트레이에 담겨 나오는 커피 혹은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을 배경 삼아 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은 새소리를 들어도 좋고, 방마다 구비된 헤드폰을 끼고 세상과 잠시 단절되어도 좋다. 이곳은 제주도에 있는 그 어떤 곳보다 집중하기 좋은 곳이다. 참고로 예약제다.


2. 에디손

제주도에 안주가 맛있는 술집은 많다. 다양한 술을 자랑하는 술집도 많다. 사장님이 친절한 술집도 많다. 조용히 대화를 나눌만한 술집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곳을 두루 겸비한 술집은 드물다. 에디손이 그중 하나다.


몇 년 전에 회사 후배의 추천으로 방문한 곳인데, 그 이후로 단골이 되어 제주도에 갈 때마다 방문하는 술집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협재 해변가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술집이다. 손님이 적을 때면 사장님과 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주로 말하기보다 경청하는 사장님이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돈방석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횟집 세 곳을 꼽으라면 꼭 들어가는 곳이 모슬포에 위치한 미영이네식당이다. 고등어회로 대표되는 이 식당은 1년 365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횟집 바로 옆에 '돈방석'이라는 업종을 가늠하기 힘든 상호명의 횟집이 있다. 어쩌다 보니 방문한 곳인데 숨은 맛집이었다. 아니 알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맛집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알았다. 맛집이라는 것을. 옆에서도 제주도 사투리, 앞뒤로도 제주도 사투리가 들렸다. 도민 맛집이라는 이야기다. 이내 나오는 코스도 다채로웠다. 방어회를 시키고 문득 우측을 보니 벽에 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방어를 츠모토식으로 피를 뺍니다" "만약 마라도, 가파도 연안에서 잡히는 방어가 아닐 시 요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전문성과 진실성을 한데 담은 포스터였다. 자신감이 느껴졌다. 방어회를 먹어보자 자신감이 진실로 다가왔다. 홍성태 교수는 브랜딩이란 고객이 '콘셉트'를 '경험'하면 완성된다고 하는데, 찰나의 순간 브랜딩을 경험한 것이다. 돈방석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용서되는, 아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Jieun Li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