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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12. 2024

세 가지 형태의 음악


니체는 말했다. 음악이 없는 삶은 실수와 다를 바 없다고. 나는 말한다. 음악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고. 음악이 없었다면 인간은 세상 모든 소리에서 음악을 발견했을 거라고. 무작위로 펼쳐진 별을 보고도 동물과 신화를 상상하는 인간에게 음악이 없는 삶,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주에는 유독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가 나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텍스트, 하나는 영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간이었다. 세 가지 형태의 음악, 세 가지 형태의 영감을 적어볼까 한다.



1. 텍스트라는 음악, <케이팝의 시간>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750843


케이팝은 무엇일까? 물고기가 모르는 유일한 한 가지가 물인 것처럼 케이팝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케이팝은 참 알기 힘든 개념 같다. 깊게 고민한 적도 없고 딱히 그럴 이유도 없었다. 케이팝을 다루는 모임을 가게 되면서 부랴부랴 케이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이팝의 시간>이라는 책이 나에게 답을 주었다.


최근 들어 1세대 아이돌, 2세대 아이돌과 같은 구분을 자주 보게 된다. 시대별로 아이돌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영 매끄럽지 않다. 내 눈에도 그렇고 네티즌의 댓글을 봐서는 다수에게도 그런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케이팝의 시간>의 저자인 태양비는 '사조'라는 대안으로 해결했다. 클래식 음악에서 '낭만주의', '바로크'등과 같이 구분하듯이 말이다. 그가 제시한 사조는 H.O.T.로 대표되는 '시스템주의', 빅뱅으로 대표되는 '뮤지션주의',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커뮤니티주의', 에스파로 대표되는 '아이콘주의'다. 단어만 봐서는 납득이 안될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잘 아는 세대들에게도, 현재의 케이팝만 아는 지금 10대에게도 신선함과 추억을 고루 선사할 멋진 음악 책이다. 잘 읽히고 유용하다. 강추한다.



2. 영상이라는 음악, 꽃집에서의 댄스 댄스 댄스



꽃집에 손님이 들어온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느닷없이 춤을 춘다. 그리고 사장님도 같이 춤을 춘다. 춤을 다 추고 나서 손님은 밖으로 나가고 사장님은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CCTV에 찍힌다.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러한 영상이 수두룩 하다. 이 수상한 꽃집의 이름은 성수동에 위치한 비틀즈뱅크다.


사장님이 장난스럽게 꽃가게에 들어오면 '춤은 필수'라고 말한 영상이 발단이었다. 이후로 손님들은 꽃집에 들어와서 춤을 추고 영상은 날이 갈수록 확산이 되고 있다. 꽃집과 춤. 역시 이질적인 것을 엮어야 사람들은 반응을 한다.



3. 공간이라는 음악, 루트 3025

음악은 무엇으로 듣느냐만큼 어디서 듣느냐가 중요하다. 일산에 위치한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를 방문하고 이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음악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곳이라 그런지 한음 한음이 임팩트 있게 귀에 꽂혔다. 물론 비싼 스피커를 쓰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울림 또한 남달랐다. 공간 자체가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한 앰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따금씩 일산에 가서 음악 감상을 하고 싶으나 거리가 거리인지라 자주 가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서울에 위치한 좋은 음악 공간을 알게 되었다. 상명대 근처에 위치한 루트 3025였다. 공간 자체는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훨씬 작고 소박했다. 다만 카페 주인분이 일일이 LP를 얹어서 틀어주는 음악은 선곡도 음질도 훌륭했다. 집에서도 이따금씩 LP를 듣곤 하는데 이곳의 LP는 확실히 달랐다. 비싼 스피커 때문인지 아니면 좋은 퀄리티의 LP만을 구입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달랐다. 카페에 온 모든 손님들은 조용히 각자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핫한 카페 특유의 부산스러움이 없었다. 좋은 소리가 그리울 때면 이따금씩 이곳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Erik M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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