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똑똑한 티가 너무 나면 삶이 힘들어지고 똑똑한데 허술한 척(때로는 미친 척)하면 삶이 쉬워진다.
역사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느낀다.
[사족]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있다.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을 돕던 개가 삶아먹히게 된다는 말이다. 쓸모있던 것의 쓸모가 사라지면 버려지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똑똑함'은 이와 비슷하다. 아니 비슷하면서 한 가지가 다르다. 쓸모가 사라지면 '위협'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똑똑함'은 버려진다기 보다 제거된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똑똑한 사람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똑똑함은 왜 위협이 될까? 똑똑함이 나쁜 마음과 만나면 누군가를 조종하는 강력한 무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개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의도와는 다르게 살상무기로 쓰인 것처럼 말이다. 강력한 무언가는 의도에 따라 대단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똑똑함이라는 특징도 그 중 하나다.
설득을 예로 들어 보자. 설득에 있어서 '똑똑함'은 양날의 검이다. 똑똑해야 설득에 유리하지만 똑똑해보이는 것은 설득에 불리하다. 상대를 긴장시키고 방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기꾼이 똑똑해 보이기 보다는 허술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술해보여야 상대의 긴장이 누그러지고 의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똑똑함은 이와 반대다. 상대를 긴장시키고 의심하게 만든다. 논리가 더해질수록 의심의 강도는 점점 더 세진다.
똑똑할수록 본인의 똑똑함을 가려서 발산할 필요가 있다.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