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컨설턴트/마케터로서 '네이밍' 관련 업무를 숱하게 해 왔다. 작게는 '이벤트명'부터 크게는 '브랜드명' 혹은 '가게(회사) 명'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그리고 다양한 목적으로 네이밍을 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좋은 네이밍'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마케팅 뷰자데>(처음북스, 2023)에서 자세히 언급했지만 크게 네 가지 기준이 있다.
1.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기억용이성'
2. 카테고리의 '대표 속성'
3. 타사와 구별되는 '차별성'
4.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변주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
나만의 네이밍 프레임워크로 삼고 있는 기준이다. 어느 브랜드를 보더라도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이번 부산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가장 핫하다고 불리는 전포동의 전리단길에 위치한 가게 이름을 이 기준으로 유심히 살펴보았다. 괜찮은 이름의 가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세 글자' 그리고 '한국식 이름'.
먼저 '세 글자'다. 이 또한 <마케팅 뷰자데>에서 언급했는데 '3의 규칙(rule of three)'이라는 게 있다. 메시지를 세 덩어리(글자, 단어, 문장, 문단 등)로 구성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미국의 전직 대통령 오바마의 캠페인 슬로건이었던 'Yes We Can' 그리고 서양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로 꼽히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모두 3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 부산에서 눈에 띄었던 가게들은 글자수로 3의 규칙을 따르고 있었다.
두 번째는 한국식 이름이다. 순우리말이라든지 한국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한국식 이름'이라고 써봤다. 과거에는 '영어식(?) 이름'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어느새부턴가 '한국식 이름'이 주류를 이루는듯하다. 영어로 이름을 지으면 세련되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너도나도 영어 이름을 지으면서 이러한 효과가 급감하고 심지어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다시 한국식 이름을 쓰는 가게들이 많아졌다. 힙해 보일뿐더러 모두가 쉽게 이해가능하기에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리고... 부산에 왔으니 맛집과 카페도 놓칠 순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곳 두 곳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부산에 가면 국밥을 먹는 것은 의무다. 일단 나한테는 그렇다. 다양한 돼지국밥집을 방문하면서 내가 정착한 곳은 '재기돼지국밥'이다. 일단 9,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넘치게 고기를 준다. 서울에서 이 정도로 고기를 준다면 최소 12,000원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국물이 말 그대로 진국이다. 비리지 않고 깊다. 국물에 밥만 말아 먹어도 두 공기는 뚝딱일 것 같다.
바다가 주연인 카페가 있고 조연인 카페가 있다. 모든 것이 바다를 강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카페가 있고, 바다가 일종의 양념처럼 카페를 꾸며주는 카페가 있다는 말이다.
'타이드'는 바다가 비중있는 조연같이 느껴지는 카페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 해변을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타이드는 수준 높은 드립 커피가 주연이다. 그리고 그 주연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다. 바리스타를 마주 보고 앉는 긴 테이블 좌석에 앉아 커피를 내리는 모습 뒤로 보이는 바다를 보면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충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나오는 커피맛을 볼 때면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해운대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곳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