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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03. 2022

도움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기브(Give)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수많은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서 정신없이 바쁜 때에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DM으로 나를 돕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마도 너무나도 바빠 보인(혹은 그런 티를 낸)것을 보고 선의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았다. 당시 그분의 도움은 크게 필요 없었으나 고마운 마음에 역으로 내가 무엇을 도와드릴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내 코가 석자인 그 바쁜 와중에 말이다. 


시간이 좀 흘러 그분을 도와드릴 일이 생겼고 기쁜 마음으로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는 상반되는 경험을 했다. 


책을 읽으면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를 하곤 하는데 어느 날 <법구경>을 정리한 글에 몇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하나같이 다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었다. 한 대학교에서 <법구경> 관련 과제를 낸 것 같았다.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검색을 하던 중에 내 블로그 글을 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댓글을 단 것이다. 댓글의 내용은 내 기준에서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법구경> 내용을 한 페이지로 요약해 주실 수 있나요? 가능하다면 다음 주 수요일 오전까지 @@@ 메일로 전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건 흡사 돈을 주면서 일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의 화법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자신의 과제를 무보수로 요구하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었다.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꽤나 많이 경험했다. 열정 페이를 열정적으로 비판하던 20대가 조언을 구한다면서 특정한 날에 시간을 내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던지, 내가 열심히 준비한 강의자료를 기왕 준비한 것이니 본인에게도 그냥 공유해 달라고 한다던지 말이다.


이러한 형태의 요구는 대부분의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도움을 받는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 원칙은 바로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이다. 이 용어의 순서는 그냥 정해진 것이 아니다. 바로 받기 위해서는(Take) 먼저 주어야(Give) 하기 때문에 '기브'가 먼저 나오고 '테이크'가 후에 나오는 것이다. 즉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본 원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먼저 도움을 주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었고, 먼저 받으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을 초월한 사람도 있다. '테이크'를 생각하지 않고 '기브'를 하는 '기버(Giver)'들이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물이 존재하려면 어떤 상호관계, 반환, 교환, 대응 선물, 부채의식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진정한 선물, 즉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브'는 역설적으로 더 높은 확률로 원하는 것을 '테이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시 말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단계의 방법은 '기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기버'가 되어봤더니 도움을 받기는커녕 호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주변에서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 애덤 그랜트도 본인의 저서 <Give and Take>에서 '기버'는 사회적 성공 척도에서 최하위권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애덤 그랜트는 사람의 유형을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Taker) ',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Matcher)', '받은 것과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것을 주려하는 기버(Giver)'로 구분했다)


이렇게 말하면 앞에서 말한 내용을 스스로 반박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애덤 그랜트는 한 가지의 사실을 추가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회적 성공 척도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사람들 또한 '기버'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최하위권의 기버들과 달리 '계획성 있게' '자주적으로' '보람이 느껴지는' 기브를 한다고 말했다.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을 따르든 기버가 되든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도움을 주는 것이다



p.s. 호구가 아닌 성공적인 기버가 되는데 아래 글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https://brunch.co.kr/@kap/7



Photo by Nikko Macaspa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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