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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이젠 이미지 말고 텍스트?

by 캡선생

“어느 채널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나요?”


위와 같은 질문에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을 첫손에 꼽는다. 이미지 중심 플랫폼이고, 패션과 잘 어울린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판매 채널까지 생각하면 스마트스토어를 염두에 둔 네이버 블로그도 함께 거론된다. 요즘엔 틱톡, 유튜브처럼 영상 기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채널이 있다. 바로 텍스트 기반 플랫폼이다. X(구 트위터), 그리고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스레드(Threads)’ 같은 채널이 대표적이다. 많은 패션 브랜드 대표가 텍스트 플랫폼을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지만, 오히려 지금의 트렌드와 가장 먼저 맞닿아 있는 채널이 텍스트 플랫폼이다.


# 텍스트는 가장 빠른 실험이다

텍스트는 적은 리소스로 빠른 실험이 가능하다. 콘텐츠 하나 만드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미지/영상에 비해, 텍스트는 아이디어 하나면 즉각적으로 제작과 업로드가 가능하다. 결과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메시지가 반응을 얻는지 단 하루 만에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1020세대는 트렌드의 시작점을 텍스트 기반 플랫폼인 엑스(구 트위터)로 인식하고 있다. 대학내일의 트렌드 연구소이자 미디어인 캐릿(Careet)의 조사에 따르면, 트렌드는 텍스트 플랫폼인 엑스에서 시작해 쇼츠나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 유튜브, 블로그 등을 거쳐 중류 단계인 인스타그램으로 퍼지고, 마지막으로 TV에 도달하는 흐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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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캐릿


실제로 브랜드의 콘텐츠 실험에 있어 ‘글 몇 줄’로 시작해 수천에서 수만의 팔로워를 확보한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영어 교육 스타트업 '스픽(Speak)'은 ‘대표님 허락 없이 걍 시작한 계정’이라는 컨셉으로 시작해, 친구처럼 말하는 콘텐츠 톤을 앞세워 10만 팔로워를 모으며 브랜드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며 호감도를 높였다. 텍스트 기반의 ‘친근함’과 ‘진정성’이 이미지 중심 채널보다 빠르게 고객과 연결된 사례다.


디지털 채널 운영에 있어 항상 한발 앞서 나가는 패션 브랜드인 ‘구찌’도 텍스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구찌는 X(구 트위터)와 스레드 모두에서 7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텍스트 플랫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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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사용자 수, 사용시간 기준 X, 스레드 등 텍스트 기반 SNS가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료출처 : 와이즈앱


특히 스레드에서는 신제품 출시나 캠페인 때마다 짧은 문장으로 핵심 메시지를 던지고 고개에게 말을 거는 듯한 텍스트가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격식보다 진정성을 강조한 이 전략은, 패션 산업 전반에 텍스트 플랫폼의 가능성을 재조명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다.


# 스레드에서 반응이 터지는 콘텐츠의 구조

다양한 업종과 브랜드 계정들의 운영 패턴을 살펴보면, 텍스트 플랫폼에서 성과를 내는 콘텐츠는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 단순한 형식이나 포맷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의 ‘심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설계가 담겨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나 역시 스레드에서 콘텐츠만으로 팔로워를 1만 명 가까이 확보하면서, 반응이 터지는 콘텐츠에는 분명한 형식적/내용적 패턴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 구조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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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공식 스레드 계정(좌)과 루이비통 X 계정(우)

형식적 특징

1. 강력한 한 문장으로 시작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강력한 문장 한 줄이 필요하다. 의문문, 선언문, 반전 구조가 효과적이다.

예: “브랜드는 결국 단어 하나로 기억된다.”, “나는 왜 그 옷을 다시 입지 않았을까?”


2. 짧은 문단과 리듬감

2~3줄 단락으로 끊어 쓰며, 문장마다 의미를 분리해야 한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가독성은 성과에 직결된다.


3.맥락 있는 보조 이미지

단순 제품 컷이 아닌, 문맥을 보완해주는 이미지가 반응을 높인다.

예: 피팅룸, 배송 상자, 손글씨 가격표, 제품 제작 과정 등 ‘브랜드 경험’의 일부를 잘라낸 장면.


내용적 특징

1. 생활 속 맥락과 연결

고객이 어떤 순간에, 왜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를 짚는다.

예: “출근 전, 바지 고르다 10분 넘게 고민한 적 있다면”


2. 감정 또는 불편함의 구체화

고객이 자각하지 못했던 불편함을 말로 표현해준다.

예: “앉으면 배가 접히는 바지를 왜 계속 샀을까?”


3. 정체성과 연결

브랜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고객이 지향하고 싶은 정체성과 연결된다.

예: “회사에서도 자유롭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옷”


패션 브랜드는 ‘이미지’나 ‘영상’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랜드의 세계관과 메시지는 텍스트를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텍스트는 적은 리소스로 빠르게 실험하고,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 이미지가 보여주는 스타일을 넘어서, 텍스트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고객의 마음속에 심는다. 이제 여러분도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진심을 ‘글’로 표현해보자.


퇴사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없이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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