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컨설팅을 하다 보면, 판매 부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가격’이다. 고객의 기대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더 잘 팔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가 날 수 있지만, 그 마저도 고객이 “이건 비싼 브랜드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비싸다’는 인식조차 없는 브랜드라면, 가격 인하의 효과는 미미하다.
그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원인은 ‘상품’이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 판매가 저조하다는 주장인데, 물론 상품 자체에 명확한 결함이나 품질 문제가 있다면 이는 타당한 원인이다. 이 경우 품질을 높이면 구매율과 재구매율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군에서는 이미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패딩 충전재나 원단 정도를 제외하면, 품질 이슈가 소비자의 주요 고려사항이 되기 어렵다. 단순히 품질을 개선한다고 해서 판매가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다.
# 워크맨의 정가 판매율 98%의 비법은?
사진 출처 : 워크맨 홈페이지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타깃 설정’에 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제품이 “비싸다”는 반응을 듣는다면, 그건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타깃이 잘못 설정된 것이다. 소득 수준이 맞지 않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셈이다.
또 어떤 제품이 “디자인은 좋은데 품질은 별로”라는 평을 듣는다면, 오히려 이는 ‘디자인을 중시하고 품질에는 관대한’ 20대 또는 SPA 브랜드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가격과 품질은 ‘절대값’이 아니라, ‘누구에게 팔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요소다.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일본의 ‘워크맨(Workman)’이다. 워크맨은 원래 작업복 전문 브랜드다. 소모품 성격이 강한 작업복 시장에서는 실용성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이다. 워크맨은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히 타깃에 맞춘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했다. 그 결과, 할인 없이 정가 판매율 98%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참고 문헌: 츠치야 테츠오, 『게으른 그들은 어떻게 1조 원을 벌었을까』, 필로틱, 2025)
사진 출처: livejapan.com
워크맨은 타깃을 뾰족하게 좁히고, 대기업과의 정면 경쟁을 피하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하나의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시장 크기의 한계’였다. 내수 중심의 작업복 브랜드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워크맨 플러스(Workman Plus)’라는 신규 브랜드의 런칭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제품으로 타깃만 변경했다는 점이다. 기존 작업복을 아웃도어 소비자에게 맞춰 다시 포지셔닝한 것이다.
기존 워크맨의 고객은 제품 디스플레이나 쇼핑 환경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거울이나 피팅룸도 거의 없는 창고형 매장에서도 불편함 없이 구매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작업복을 빠르게 재구매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웃도어 소비자층은 달랐다. 그들은 기능성과 함께 패션성, 쇼핑 경험까지 따졌다. 이에 워크맨 플러스 매장에는 마네킹, 거울, 피팅룸 등을 보강하고,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 변화는 정확히 타깃의 니즈와 맞아떨어졌고, 브랜드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 워크맨 플러스, ‘무엇’이 달랐나?
워크맨 카다로그
워크맨 플러스는 출시 3개월 만에 첫해 매출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워크맨 플러스 덕분에 워크맨의 인지도와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워크맨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4.7% 성장했다. 이처럼 ‘같은 제품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에 따라 성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워크맨뿐만이 아니다.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미녹시딜이 탈모 치료제로, 심장질환 치료제였던 비아그라가 성기능 개선제로, 사시 치료용 보톡스가 미용 시술용으로 전환돼 대히트를 친 것처럼, 타깃과 사용 목적을 재정의했을 때 오히려 제품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건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떻게 보이게 하느냐’, 즉 포지셔닝 전략에 있다.
지금 당신의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이나 ‘상품’이 아니라 ‘타깃’을 먼저 점검해보자. 혹시 누군가에게는 ‘금’처럼 보일 수 있는 제품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고객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닌가?’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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