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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가 Z세대의 패션 코드가 된 이유

by 캡선생

불경기라 예전보다 한산한 신논현 거리를 걷다가,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앞에는 상자가 쌓여 있었고, 간판을 보니 프랜차이즈로 보였다. ‘이 불경기에 무슨 가게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메르밀진미집’이라는 콩국수 요리를 선보이는 프랜차이즈였다. 그런데 단순한 콩국수가 아니었다. 계절 한정 메뉴로 ‘보성말차 콩국수’를 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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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메르밀진미집


말차는 이미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되었다. 단순한 식음료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가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이다. 직역하면 ‘보여주기에 능숙한 남성’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자신이 괜찮은 남자임을 여러 아이템으로 드러낸다. 트렌디한 옷차림, 에코백, 줄 이어폰, 독서하는 모습, 그리고 ‘말차를 즐기는 습관’이 그 상징이다. 다시 말해, 현 시대에서 말차는 ‘이미지가 좋은 음료’라는 상징성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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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에스콰이어 필리핀


# 패션으로 표현하는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

패션계에서는 이 흐름을 반영해 ‘말차 코어 룩(Matcha-core Look)’이라는 스타일이 등장했다. ‘코어 룩’이란 특정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 코드다. 예를 들어 말차 코어 룩은 말차의 색감(그린 톤)을 활용한 의상, 내추럴한 소재,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테일로 구성된다. 단순히 색깔이 예뻐서가 아니라, ‘말차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옷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최근 패션 브랜드들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코스(COS)’ 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도시인’이라는 명확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만든다. 옷의 실루엣과 색감이 단조로워 보이지만, 착용하는 순간 ‘정제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아더에러(ADER ERROR)’는 아예 브랜드 세계관을 ‘창의적이고 규칙을 비트는 Z세대’에 맞춰, 옷 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SNS 콘텐츠, 협업 제품까지 통일된 감성으로 밀어붙인다. ‘루이비통’은 남성 라인에서 스케이트보드와 힙합 문화를 전면에 내세워, ‘럭셔리=정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이는 단순히 최근의 사례가 아니다. 패션은 언제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움직여왔다. ‘랄프 로렌’과 ‘라코스테’는 ‘명문 사립학교를 다니는 백인 청년’의 라이프스타일을 팔았고, ‘타미힐피거’는 정반대로 흑인 힙합 문화에 집중해 반항적이면서도 쿨한 감성을 판매했다. 옷이 멋있고 예쁘게 보이는지는 옷 자체의 디자인보다 ‘누가, 어떤 집단이 입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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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fckyaya.com


결국 브랜드가 그리는 것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어떤 집단과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만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보여주는 세계관과 자신이 그 안에 속할 수 있는지를 본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어떤 심리적 욕구가 있는지를 읽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누가 입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퇴근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밖에서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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