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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19. 2022

저 사람이 어떻게 팀장이 되었을까?

피터의 법칙(The Peter Principle)


한 모임에서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참여자가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우리 팀장은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미스터리예요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참여자들은 웃참에 실패하고 폭소 터트렸다. 그러더니 저마다 가슴속에 고이 품고 있던 유사 미스터리(?)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 글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위계 조직에서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명 피터의 법칙이다.

피터의 법칙(The Peter Principle)은 대부분의 위계 조직에서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직급까지 승진을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딱 거기에서 승진이 멈춘다.


위계 조직에서는 직급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직급이 낮을수록 '지시에 맞는 적절한 일처리'를 하는 것이, 직급이 높을수록 '적절한 지시 및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와 비슷한 말을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워렌 베니스 다음과 같이 했다.


매니저는 일을 올바르게 하고(do things right) 리더는 올바른 일을 한다(do the right thing)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급이 낮을 때 일을 잘해서 승진을 하면 정작 높은 직급에서는 헤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드물기는 하지만 직급이 낮을 때는 헤매다가 높은 직급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김소희 대표다.

김소희 대표는 전문대학 졸업 후 한 기업의 비서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대표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너는 회사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이후 그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퇴사하고 대표로서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2018년 그녀는 로레알에 6,000억 원에 본인의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

그 회사의 이름은 바로 스타일난다(STYLENANDA)다.


이처럼 직급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르지만 회사가 이에 따라 적절하게 직급을 배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공정성


위계 조직에서 회사원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크게 '금전적 보상'과 '직급적 보상'이 있다. 이 둘은 대부분 함께 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어떤 직원이 현재 직급에서 일을 잘한다면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을 시켜주어야만 한다. 만약에 성과가 아닌 가능성에 따라 승진 여부를 결정한다면 공정성이 훼손되어 조직원의 사기 및 조직문화에 안 좋은 영향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2. 불확실성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큰 책임감과 중압감이 있는 자리에 있다 보면 그에 걸맞게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말이다. "압력을 견뎌야 다이아몬드가 된다"는 멋진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누가 높은 자리에 걸맞은 역량을 더 잘 갖출지는 알 수 없다. 그 자리에 그 사람을 배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3. 불충분성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개인적인 성과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그룹 프로젝트의 경우,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분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객관적인 로봇이 아닌 주관적인 사람이다. 개인적인 감정이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능력보다는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는(영어권에서는 suck-ass) 사람이 승진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널리 퍼져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모든 위계 조직은 불가피하게 피터의 법칙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평 조직 혹은 대각 조직(수직 조직의 스피드와 수평 조직의 창의성을 결합한 조직)등 다양한 조직 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회사원들은 "어떻게 저 사람이 저 자리에?"라는 미스터리에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피터의 법칙이 이처럼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해서 이것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욕하는 팀장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Photo by Ethan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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