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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30. 2022

퇴사는 언제의 문제다

퇴사

퇴사를 할까요 말까요?


다양한 모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가 '퇴사'다. 모두가 입사 전에는 '취업'을 꿈꾸고 취업을 하고 나면 '퇴사'를 꿈꾸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나는 위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단어가 빠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이다. 올바른 질문은 "퇴사를 '지금' 할까요 말까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인지 강제적인지에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퇴사를 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와 관련된 질문은 '언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다. 사진 출처: 한국 경제



그럼 언제 퇴사해야 하는가? 정답을 말하자면 적절한 '돈'과 적절한 '경험'이 쌓였을 때 적절한 '기회'가 나타나면 퇴사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적절함'을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단 수치화가 기본인 연구자료를 살펴보자.



사진 출처: Franchiseinsight.com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위 그림과 같이 얼추 40대에는 퇴사를 해서 본인 사업을 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성공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빨간 점선이 파란 선보다 위에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다). 비슷한 연구결과가 또 있다. 2018년에 출간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만 40살 이상의 창업자들이 그보다 어린 창업자들보다 성공 확률이 높았고, 성공적인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만 45살이었다.


객관적이고 신뢰감이 드는 자료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마음 편히 나의 뇌피셜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나는 만으로 30대 초반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30대 초중반에 아는 분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창업은 최소한의 '돈'과 '경험'을 쌓았다면 바로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체력


입사해서 일을 하다 보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커피가 없으면 정신 차리기 힘들고 하루 밤을 새우면 이틀은 골골되는 것이 대학교 때와는 전혀 딴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회사원은 체력이 방전이 되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혹은 병가를 내더라도 그것을 받쳐주는 동료와 회사 시스템이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회사에 며칠 못 나가더라도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을지언정 월급은 나온다. (이 또한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하지만 사업가는 다르다. 내가 일을 못하는 만큼 돈은 실시간으로 삭감이 되고 심하게는 회사가 바로 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다닐 때보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체력은 방전이 되면 안 된다. 그리고 창업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다 보니 체력이 풀로 충전되어 있는 20대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체력이 있을 때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 


2. 실무 능력


회사마다 그리고 업종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와는 멀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즉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를 하기보다는 사람과 시스템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 직장에서도 차장님과 부장님들은 실무에서 필수적인 엑셀/PPT 그리고 기타 소소한 업무 툴(tool)을 다루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서툴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것은 초반에 웬만하면 모든 것을 직접 다해야 한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그전에는 해본 적도 없고 해 볼 일도 없다고 생각한 회계/인사/영업 등까지 모든 것을 직접 다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 감각이 어느 정도 있는 사원/대리 혹은 늦어도 과장 직급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사업 초반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3. 체면


퇴사 후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겪는 어려움이 체면치레를 못 버리는 것이다. 대기업을 다니며 목이 뻣뻣해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대기업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업무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협력사 대표님 혹은 대행사 분들이 깍듯하게 나를 전문가처럼 대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어떠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협조를 구하면 모두가 나를 도와주려고 발 벗고 나서서 사회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라고도 느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이 모든 것은 내가 잘나서도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서도 아닌 단지 대기업에 다녀서 얻은 혜택이라는 것을 뼈저린 아픔과 함께 알게 되었다. 대기업에 있을 때 살가웠던 사람들 중 일부가 사업을 시작하고 연락을 하자 전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기업에 있다는 것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다는 것이다. 농구로 따지면 수비수가 앞에 없는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자유투를 던지는 것이고 축구로 따지면 페널티킥을 차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은 전투다. 나를 밀치고 끌어당기는 수비수들이 바글바글한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야생인 것이다. 이때는 체면이고 뭐고 없다. 그저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 오래 있다 보면 온실 속의 상황에 익숙해져 악바리 정신은 사라지고 체면치레를 못 버리는 그야말로 화초가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온실 속의 화초가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모든 분들에게 지금 당장 퇴사하라고 종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퇴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돈'과 '경험' 그리고 '기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대부분은 결국 퇴사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 없이 모두 '퇴사 계획'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퇴사 계획의 핵심은 '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때가 오면 주저하지 말고 퇴사를 해야 한다. 평생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면. 



P.S.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kap/23


Photo by Matthew Rey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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