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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15. 2022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탈무드


언젠가부터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글 하단에 다음과 같은 글이 붙은 것을 자주 보게 되었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처음에는 이 글을 보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 반박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글을 읽는 나를 공격하는 뉘앙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은 탈무드의 지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웃주민 두 사람이 돈 문제로 다투다가 문제가 해결이 안 되자 랍비를 찾아갔다. 랍비는 첫 번째 사람의 이야기를 듣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옳다." 그러자 두 번째 사람이 반론을 제기했고 랍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도 옳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랍비의 수행원은 어떻게 둘 다 옳을 수 있느냐고 랍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랍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또한 옳다."

- 탈무드 참조 -



옳고 그름을 구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모든 정보와 맥락을 파악하지 않는 한 옳고 그름을 100%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심지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틀릴 수 있고 상대가 옳을 수 있다는 점을 늘 명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이것이 탈무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박 시 니 말이 맞음"은 '당신이' '니'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이 점 때문에 내가 기분이 언짢았던 것 같다) 탈무드와 비슷한 지혜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엄청난 논쟁(싸움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지만)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들의 대부분은 서로에 대한 이해나 더 나은 협의점에 이르기보다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즉 어떻게 하면 교묘하게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로 발전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반박이라는 기름을 혐오라는 불꽃에 부어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것 같다.


자기 할 말만 하고 건전한 반박을 주고받지 않는 문화가 좋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반박을 양분 삼아 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상호존중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같이 존중해야 할 상호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상호존중의 문화가 작동하기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수의 예외는 있고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과 의식 수준의 고양 등으로 상호존중의 문화가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다면 내 생각이 틀릴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반박 시 당신 말이 맞습니다





Photo by Shane Rounc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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