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비쌀수록 좋다?!

가격(Price)

by 캡선생

모임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만큼 가격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플랫폼에서 모임의 가격을 정해놓은 경우는 상관없지만, 모임장이 스스로 가격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또한 고민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그래서 모임을 새로 기획하는 분들이 가끔 모임 가격을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묻는 경우가 있다. 가격은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즉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만약에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질문한다면 나도하나의 답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의 가격은 싸야 좋을까? 비싸야 좋을까?


나의 답은 "비싸야 좋다"이다. 더 정확히는 "비싸야 좋을 확률이 높다"이고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엄선된 참여자


예전에 모임 플랫폼을 운영하는 분이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경험적으로 모임 가격이 쌀수록 진상 참여자가 많아지더라고요


여기서 '진상'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 모임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을 진상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모임의 허들(Hurdle: '모임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이라는 의미로 쓰고자 함)에 따라 참여자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나도 느꼈기 대문이다.


이러한 허들의 종류로는 '과제 유무(예: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독후감을 내야 참여 가능)', '시간대(예: 주말 아침 9시 시작)' 등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허들 중 하나가 '가격'이다. 즉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모임이 추구하는 방향에 깊게 동의해야지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 소유한 자산에 따라 다르겠지만 1회당 10만 원짜리 독서모임을 "그냥 시간이나 때우러 가볼까?"하고 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심지어 가격이 무료일 경우에는 신청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의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것의 이유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10만 원을 지불한 강의와 무료 강의의 날짜가 겹쳤다. 그런데 두 강의 모두 비슷하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신은 어느 강의에 참석할 것인가?



2. 높은 참여자 만족도


최근 한 모임에서 1회에 100만 원이 넘는 자기 계발 강연에 다녀온 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분에게 100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 강의였냐는 질문을 했고 그분은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을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는데 그 강연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참가비의 수십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경제적 효용도 있지 않았다. 다만 참여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100만 원이라는 참가비만큼. 즉 높은 참여비가 높은 만족도를 주었던 것이다. 이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17년에 '와인의 가격이 소비자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 참가자들은 MRI 스캐너를 착용한 채 모두 동일한 와인을 마셨으나 그들에게 주어진 와인 가격에 대한 정보는 각기 달랐다. 그리고 와인의 가격이 비싸다고 들은 참가자들일수록 와인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MRI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맛에 대한 경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보상과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이 가격이 높을수록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https://www.businessinsider.com/sc/why-we-like-expensive-things-2018-12> -
* 본인이 직접 번역함


3. 높은 신청률


어떠한 것의 정보가 부족할 때 사람들은 그것의 가치를 가격을 통해 판단하려고 한다. "가격이 비싸면 좋겠지"라는 다소 막연하지만 대체적으로 맞는 총칭사(generic)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분들이 모인 모임에서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분들이 크게 동의를 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본인의 경험을 하나둘 털어놓았다.


오프라인 강의를 하기 귀찮아서 일부러 제가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올렸는데 사람들이 오히려 너무 많이 신청해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어요


아는 분이 스마트 스토어로 캐릭터 양말을 파는데, 신기하게 가격이 젤 비싼 것만 잘 나가서 다른 것도 가격을 올렸더니 더 잘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소비자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쉽게 가격을 유추하기 힘든 상품/서비스들은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것이 보석류 (jewelry)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그의 친구인 한 상점 주인의 어처구니없는 일화를 우리에게 소개해주었다. 이 주인은 몇몇 목걸이를 처분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는데 휴가를 떠나면서 점원들에게 이 목걸이들을 반값에 팔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점원들은 이 메모를 잘못 읽고 목걸이의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 주인이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목걸이들은 모두 팔리고 없었다. 이렇게 특정 목걸이가 쌀 때보다 비쌀 때 더 잘 팔린 까닭은 명백히 고객들이 표시 가격을 가치의 대표로 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 <Kluge(클루지)> 중 -


이와 더불어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도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영향을 준다. 쉽게 말해 모임의 비싼 가격이 "나 이렇게 비싼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잖아"처럼 타인에게 과시할 수 있는 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비싼 가격뿐만 아니라 유명인이 진행하는 모임들도 이러한 과시욕을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러한 모임들은 비싸다)


이처럼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의 가치 판단과 과시욕에 영향을 주어 더 높은 신청률을 담보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말한 '비싸다'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1천만 원짜리 강의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지만, 1천만 원짜리 자동차는 싼 가격인 것처럼 말이다.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든 적정한 가격대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말한 '비싸다'라는 개념은 '비슷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 가격대'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말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을 정하기 전에 업계의 평균 가격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격의 범위를 간단하게라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한 "모임의 가격이 비싸면 좋을 확률이 높다"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다음이다.


참여자가 느끼는 사용 가치(Use Value) > 참여자가 지불한 현금 가치(Cash Value)


이것을 명심한다면 당신이 측정한 비싼 가격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높은 확률로.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ka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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