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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18. 2022

뭘 해도 안 풀린다면?

주역(周易)

공자가 책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탐독한 책이 있다. 바로 <주역>이다.


<주역>은 흔히 미래를 점치는 예언서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단순한 책이었다면 유교의 기본경전인 사서삼경 중 하나이자 공자의 최애 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주역(周易)은 3,000년 전에 쓰였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적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한 책이며,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얻기 위한 철학과 처세의 책이지, 장래의 개인적 일을 예견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 래피의 <내 인생의 주역> 중 -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보편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주역>인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말에 쉽게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문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답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심지어 같은 시대라도 지역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는데 시공간을 초월한 해결책을 <주역>이 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지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역>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한 책이다.(그래서 영문판 제목은 <The Book of Changes>이다) 그래서 고정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근거한 유동적인 답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영문판 주역. 사진 출처: 알라딘

내가 <주역>을 접했던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엄청난 자산가들의 <주역>을 비롯한 운명학에 대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관심이 의아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직접 공부하면서 접했던 것이다.


불신에서 시작한 나의 탐구는 이내 많은 해답을 얻는 여정이 되었다. 그 당시 무엇을 하더라도 잘 안 풀리는 상황이었는데 <주역>에는 이런 나의 상황을 알기라도 하듯 적절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별한 후에 슬픈 발라드의 가사 한줄한줄이 가슴에 꽂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와닿은 구절은 다음이다.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모든 일이 안 풀린다는 것은 궁하다는 것이고, 그러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로 변하는 것이다. 기존에 해오던 것을 생각 없이 반복하면서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말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주역의 이 구절을 접하고 나서 나는 기존에 하지 않았던 그리고 꺼려했던 일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말'과 관련된 활동만 하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해서 <비행독서>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다회차 모임을 꺼리고 일회성 모임 위주로 진행하던 내가 '트레바리', '넷플연가'등에서 <유혹학개론>과 <마케팅-뷰자데>와 같은 4회 차 이상의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면서 안 풀리던 일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뭘 해도 안 풀리는 상황에서는 일단 '내가 궁한 상황에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내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역의 말처럼 통할 것이고 결국에는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도 있다. 적절한 '때'와 '장소'가 아닐 때는 나만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다음 맹자의 말처럼 때를 기다리며 나를 위하는 일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窮則獨善其身 通則蒹善天下
 궁색할 때는 홀로 수양하는데 주력하고, 일이 잘 풀릴 때에는 천하에 나가서 좋은 일을 해라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kap/31


Photo by Roger Bradsha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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