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작년 주식 열풍과 함께 엄청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사람이 있다. 바로 존리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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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일명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절대적 신뢰를 얻었다.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르게 대중의 눈높이에서 주식투자를 매우 단순 명료하게 정의한 것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근검절약하고 우량주에 투자하고 쉽게 팔지 마라
누가 이 정답 같은 말에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건 마치 고등학생에게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를 하되 부족한 부분은 참고서나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와 같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박 불가하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어서 굳이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말이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이 생략되었기에 위험한 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에 초우량 기업이었던 '대우'에 투자하고 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서 이런 말을 할 때는 우량주에 대한 기준과 매도 타이밍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중으로 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모임에서 나는 존리 대표에 대해 이와 같이 의문을 제기했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존리 대표가 우리나라 최고 투자가인데 네가 뭐라고 비판하냐?
우리나라에는 존리 대표보다 누적 성과가 더 좋은 투자가들이 많으나,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존리 대표가 대중들에게는 최고의 투자가로 인식된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180도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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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폭락과 더불어 그의 차명계좌 투자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가 말했던 모든 것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중들에게 주식 투자의 신으로 여겨졌던 그에 대해 그리고 그의 말에 대해 조금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은 늘 있어왔다. 최근의 예로는 설민석 강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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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송을 통해 맛깔난 역사 강의를 선보였던 그는 '역사 강의'하면 '설민석'이라고 바로 연상될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얻었었다. 즉 대중에게 No.1 역사 전문가는 설민석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의 전문성에 금이 가는 '역사 왜곡'과 '논문 표절'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이고 상당수의 대중은 그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잦은 방송매체 노출을 통해 특정 분야에 있어서 대중의 엄청난 지지를 얻는 전문가들이 있다. 나는 이들을 통칭해서 TV 전문가라고 부르곤 한다.
TV 전문가는 존중되어야 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대중이 보기에 너무나 어려워서 외면해왔던 전문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여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으면 전문가와 대중들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서로 닿을 수 없는 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이는 상호 간의 더 큰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TV 전문가를 해당 분야의 절대고수로 생각하여 그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들은 업계의 No.1 전문가이었을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그 위치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쉽게 생각해서 365일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과 상당 시간을 TV에 나와서 강의를 해야 하는 사람 중 확률적으로 누가 더 해당 분야에서 뛰어나겠는가? TV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해서 TV에 출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새로운 연구결과나 지식들을 습득할 시간이 TV에 출연하지 않는 전문가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즉 업데이트가 기존의 연구자들에 비해 부족한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어느 순간 오류로 판명 났거나 부정확한 과거의 지식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는데 최적화된 사람이다. 모든 전문지식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면 정확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환원주의가 그렇듯 말이다. 다만 대중의 눈높이뿐만이 아니라 입맛에 극단적으로 맞추다 보면 설민석 강사의 역사왜곡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해석의 단일화, 의미의 환원주의. 환원주의는 언제나 섹시하다. 쉽고 강렬하니까. 그래서 매우 강력하다. 한동안 가성비만이 답인 것처럼 모두가 떠들었던 것도 일종의 환원주의다. 세상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오답이 아니라 정답이 하나라는 사고방식이다.
- 최장순의 <의미의 발견> 중 -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TV 전문가의 말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TV 전문가는 그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들은 너무나도 멀어 보이던 전문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을 건강하게 습득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