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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06. 2022

친환경 집의 해답은 家에 있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요새는 흑돼지로 더 잘 알려진 똥돼지이다. 똥돼지는 말 그대로 인간의 똥을 먹고 자란 돼지 지칭한다.


제주도가 고향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이와 관련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다. 제주도의 화장실은 2층 구조였는데 1층에는 돼지가 있어서 사람이 2층에서 대변을 보면 그것을 밑에서 돼지가 받아먹는 구조였다고 말이다. 제주도는 참 특이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것은 사실 제주도만의 문화는 아니었다.

출처: 우리문화신문


'집'을 의미하는 한자 家(집 가)를 보면 돼지를 의미하는 '豕(돼지 시)' 위에 지붕으로 덮인 집을 의미하는 '宀(집 면)'이 있는 구조이다. 즉 돼지가 1층에 있고 사람이 2층에 있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한자라고도 볼 수 있다. 한자의 모양이 보여주듯 중국 시골지역에서는 꽤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화장실을 의미하는 '圂(뒷간 혼)'이라는 한자에도 돼지를 의미하는 豕가 들어있다. 이러한 형태의 화장실이 한국의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 등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습하고 더운 지역에서는 습기와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2층 구조로 집을 지어야 했다. 우리의 한옥2층 구조까지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습기로부터 목구조인 집을 보호하기 위해 필로티 구조로 집을 지었다.

우리는 예부터 땅의 습기로부터 목구조 집을 지키기 위해서 지면에서 기둥으로 수십 센티미터 띄워서 집을 지었다. 한옥의 마루는 필로티 기둥 구조로 땅으로부터 올라가 있다.

-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 중 -


그런데 2층 구조의 집도 피할 수 없는 위협이 바로 벽을 타고 올라올 수 있는 뱀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뱀도 꼼짝 못 하는 천적이 바로 돼지다. 돼지의 삼겹살은 뱀의 독도 뚫지 못하는 슈퍼 갑옷인 데다 돼지는 뱀도 쉽게 잡아먹는다. 거기다 인간이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에 심지어 인간의 똥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니 돼지를 1층에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도 싶다.


이렇게도 친환경적이었던 家 구조의 집이 현대화되면서 음식물 쓰레기 및 인분 처리 그리고 돼지 사료를 따로 마련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으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즉 환경을 대가로 쾌적함을 얻은 것이다.


현대식 집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다시 돼지가 1층에 있고 인간은 2층에 는 家로 바로 돌아가는 것은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家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집 모습은 무엇일지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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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Jason Yu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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